[미디어펜=이서우 기자]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가 서울 강남역 일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콘셉트 매장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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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2월 개점 당시 서울 강남 신논현역 인근 파리바게뜨 마켓 전경(위)과 최근 매장 철수 진행 중인 모습(아래)./사진=SPC그룹 제공, 이서우 기자 |
18일 SPC그룹 등에 따르면 서울 신논현역 교보타워 근처 ‘파리바게뜨 마켓(PARIS BAGUETTE Market)’은 최근 임대기간 만료 후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현재 매장 시설 철거작업 진행 중이다.
이 매장은 2015년 12월 문을 열었다. 기존에 판매하는 빵 이외에도 프리미엄 베이커리와 치즈, 버터, 우유, 육가공품, 와인과 함께 유럽식 '스낵킹'(Snacking) 메뉴를 제공했다. 스낵킹은 유럽에서 유행하는 식문화 트렌드로 샐러드, 샌드위치, 수프 등 간편하면서도 건강을 고려한 가벼운 식사를 말한다. 빵을 활용한 간편식(HMR) 제품을 선보이는 실험매장 역할을 했다.
파리바게뜨 마켓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그니처 제품도 판매했다. SPC그룹 70주년을 기념해 그룹의 뿌리가 되는 ‘상미당(賞美堂)’을 주제로 한 제품도 이곳에서 첫 선을 보였다. 때문에 소비자 사이에서는 파리바게뜨 마켓이 ‘파리바게뜨 강남 본점’이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번에 파리바게뜨 마켓 매장이 문 닫으면서, 강남역 번화가 10, 11번 출구 일대를 나란히 장식했던 대형 빵집들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과거 2011~2016년까지 강남역 10·11번 출구 일대는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와 CJ그룹이 운영하는 뚜레쥬르 간 총성 없는 ‘빵’ 전쟁터였다. 이들 회사는 100석, 3층 규모에 가까운 대형매장을 내고 경쟁적으로 때마다 인테리어와 규모를 확장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 일대에서 누가 ‘만남의 장소’ 지위를 차지하느냐를 놓고 벌이는 양대 제과업체들의 자존심 싸움이었다.
빵 전쟁에 종지부를 찍은 결정적 요인은 억 소리 나는 임대료였다.
2016년 ‘파리바게뜨카페 강남점’이 먼저 강남대로변에서 철수하고 인근 후면도로 쪽으로 이전했다. 이어 뚜레쥬르도 대형매장 영업을 종료하면서 1차 강남역 빵 전쟁은 종식됐다.
최근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카페 영업이 제한되는 등 운영상 어려움은 가중됐지만, 임대료 부담은 여전해 파리바게뜨 마켓도 재계약을 결정하지 않았다.
CJ푸드빌 뚜레쥬르는 현재 강남역 9번 출구 근처에 매장이 있지만,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들 매장의 존재가 국내 베이커리 시장 오프라인 전성기와 궤를 같이 하는 셈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강남이나 명동 등의 번화가 상권은 이익보다는 광고 효과를 우선으로 플래그십 매장을 내는 곳이지만,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적자 폭이 커져 우선 문을 닫았다”며 “프리미엄 제품을 가장 먼저 선보이는 플래그십 매장은 향후 언제라도 다시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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