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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
‘자사고 축소’에 이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두 번째 야심작 ‘고교선택제 무력화’가 본격 진행된다. 조 교육감은 취임 초부터 일반고 정상화의 걸림돌로 자사고와 고교선택제를 지목했다.
고교선택제의 죄목을 붙이자면 ‘일반고의 양극화 유발죄’일 듯하다. 2010년 고교선택제 시행 이후 학교별 성적격차는 점차 벌어졌다. 지원경쟁률에 따라 선호-비선호 학교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고교선택제가 제 역할을 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12월 21일 서울시교육청이 ‘일반고 전성시대’ 기본 계획을 확정했다. 고교선택제와 관련해선 ‘고입 배정 방식의 보완’ 정도로 표현을 아꼈다. 여론을 의식한 듯 ‘학교선택권을 유지한다’는 말을 두 번이나 언급했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 학생 분포가 편중되지 않도록’이란 조건도 붙였다. 끝내 ‘성적’이란 단어는 감춰 속내를 꽁꽁 숨긴 발표였다.
하지만 이미 조 교육감은 후보자 시절부터 고교배정시 ‘성적’ 우수학생을 분산시키는 추첨제를 주장해 왔다. 인수위원회 정책 백서에도 비슷한 성적의 학생들이 고르게 분포되도록 조정하는 ‘균형배정제’ 도입이 담겨졌다. 교육청 관계자는 성적을 상중하로 나눠 추첨하는 제도도 고려중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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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연 |
2014년도 고교 입학생 중 92%가 자신이 희망하는 학교에 배정됐다. 학생의 선택이 실제 희망학교의 입학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 이는 선호-비선호 학교가 반드시 성적만으로 구분되는 게 아님을 의미한다. 명문대를 많이 보내는 학교뿐 아니라, 방과후 맞춤형 수업을 실시하거나 교육환경시설을 개선하는 등 학교장-교사들의 경쟁과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고교선택제를 학교서열화의 주범으로 낙인찍는 것은 외눈박이 평가일 뿐이다.
고교선택제는 평준화 제도 하에서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타지역 거주 학생들에게도 인기학군의 입학 기회를 열어줬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학생들에게 균등한 교육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1단계에서 서울 전역 중 2곳을 지원하면 추첨으로 학교정원의 20% 배정, 2단계에서 거주지 학군 중 2곳 지원하면 40% 배정, 3단계에서 인접 공동학군 내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배정된다. 서울시는 1단계 배정비율이 부산이나 대구, 광주, 대전 등 다른 평준화 지역(40% 배정)에 비하면 훨씬 낮다.
공교육 제도, 평준화 체제에서 교육수요자가 가질 수 있는 선택권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진학하고자 하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교 안에서의 수준별 수업 또는 교육프로그램을 선택해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학교에 대한 다양한 정보공개가 전제조건이다. 현재 우리는 첫 단계인 학교선택권만 가진 상태다. 그것도 이제 겨우 4년 지났을 뿐이다.
곽노현, 조희연 등 진보교육감들은 이마저도 후퇴시키려 해왔다. 그 이유에는 항상 ‘교육의 평등’이 따라다닌다. 그들 눈엔 일반고 황폐화도 일반고 불평등 때문이다. 그래서 불평등 해소 방법으로 자사고의 학생면접권을 빼앗고 특정 학교에 대한 쏠림도 막겠다고 한다.
하지만 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평등’이라 포장한 그 이면에는 결국 학교나 교사가 선택받기 위한 경쟁-노력을 회피하려는 저의가 숨어있다. 전교조 교사들이 교원평가제 반대, 학력평가 반대를 외친 것도 비슷한 전략이다.
한편 곽노현 교육감도 고교선택제 개편 시도에 실패한 바 있다. 1년 넘게 공들여 개편 최종안을 만들었지만 치명적 결함이 발견됐다. 모의배정 결과, 근거리 추첨 방식인 폐지안은 중부 학교군에 일부 과밀학급이 나타났다. 인접 학군만 선택할 수 있는 축소안은 학교별 성적 격차가 오히려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곽 교육감은 고교선택제 폐지 유보를 선언했다. 특목고-자사고가 고교 양극화의 원초적 주범이라는 그들만의 명제는 그때 굳혀졌다.
조희연 교육감은 곽 교육감의 이런 선례를 반면교사 삼은 듯하다. 고교배정방식 변경 시도에 앞서 자사고에 먼저 칼을 댔다. 곽 교육감은 고교선택제 재검토라는 정면승부로 나갔다가 체면을 구겼다. 그렇다면 조 교육감은 역으로 치밀한 전략 하에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곽 교육감은 고교선택제 개편안 발표 전 ’10년~’12년 연속 타학군 지원율이 하락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자사고 설립 변수를 숨겼다. 그때 상당수의 명문고가 자사고로 지정되면서 일반고 선택에서 제외됐다.
조 교육감도 취임하자마자 성적 상위권 학생들의 학교쏠림을 근거자료로 내밀었다. 성적이 희망학교 지원의 우선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성적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은 고교선택제의 성공을 의미하기도 하다. ‘고교선택제 무력화’ 제작의도에 맞춰진 각본들이다. 교육수요자에겐 ‘의미없는 자료’일 뿐이다.
결국 ‘교육평준화 과업’에 함몰된 두 교육감의 최고 지향점은 ‘평등’이다. 그러나 교육수요자의 선택을 가로막는 그 평등의 실체는 ‘아래로 추락한 평등’이다. 조 교육감이 시도하려는 ‘성적 균등 배정’도 선호학교를 밑으로 끌어내려 평등을 맞추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수요자는 획일화를 거부하고 끊임없이 더 나은 교육을 찾아 나선다. 조 교육감은 편협된 시각에서 벗어나 학생-학부모의 마음을 읽는 노력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고교선택제 개편으로 또 한바탕 혼란이 몰아칠 2015년의 교육현장이 걱정된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