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르노삼성자동차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수요 위축과 노조리스크에 철수설까지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르노 본사의 노조 길들이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이 6차 본교섭에 앞서 노조원들에 대화를 요청, 교섭과는 별개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올해 생산량을 당초 목표한 15만7000대에서 10만대정도로 약 30%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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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사진=미디어펜 |
도미닉 시뇨라 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희망퇴직은 고정비 25%를 줄이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고용안정위원회 개최를 통해 노사간 머리를 맞대 최적의 솔루션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노조의 "교섭과 마찬가지로 고용안정위원회 역시 위임하고 빠질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인사부(HR)나 제조본부에 위임할 것이다"며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스스로 결정하지만 아닌 것들은 위임받은 사람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고 답했다.
그는 공장에서 돌고 있는 내달 8일부터 1교대 가동이 시작될 것이란 소문과 관련해서도 "공식적으로 현장에 지시를 내린 적은 없지만 물량 감소에 대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며 "공식적으로 지시를 내리게 되는 경우가 된다면 노조와 이야기에 협의 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어 "올해 생산량은 당초 목표치인 15만7000대에서 하향된 10만대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연장근무를 하게 되면 12만대 정도도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도미닉 시뇨라 사장의 입장표명에 노조는 반발하며 더 이상의 노조의 지원을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문제는 이 같은 강성기저로 돌아선 노조의 태도다. 과거 회사에 협조적인 노조로 불렸던 르노삼성 노조지만 최근 몇 년간 극심한 강성기저로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임단협이 지난해에 마무리 됐어야 되는 내용이지만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다양한 시선이 교차되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르노삼성은 부산지역에서 최고 연봉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자동차 업계와 비교하면 낮은 임금이라고 볼 수 있지만 지역별로 봤을 때 상위에 랭크된 고액 연봉의 인력이라는 것이다. 이에 내부에서 현 노조의 강성기저에 지지를 보내지 않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파업에 동참한 인력만 봐도 알 수 있다. 노조가 파업을 결정해도 직원들이 출근해 조업에 동참하는 기현상을 보여 온 것이 르노삼성 노조의 현실이다. 노조 집행부가 강성기저를 보이는 것에 대한 지지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시대적인 악재가 겹치며 판매량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르노삼성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총 11만6166대를 판매하며 전년동기(17만7450) 대비 34.5%하락한 실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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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생산라인. /사진=르노삼성 제공 |
XM3라는 파격적인 완전신차 모델이 출시됐고 가성비로는 따라 올 수 없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QM6)와 모터스포츠 DNA가 녹아든 심장을 지닌 세단 SM6 등의 모델이 새롭게 출시됐지만 오히려 판매는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델 체인지가 됐어도 큰 변화가 없었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회사에 대한 불안심리가 시장에서 외면받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더욱이 올해부터 기존 생산량의 30%물량을 줄인다는 이야기까지 등장하며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고조되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는 2020년도 임단협 교섭에서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문제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1~2일 파업 찬반투표를 통해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했지만, 아직 파업 돌입 여부는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고민이 많을 상황이다. 이번 파업에서도 조합원들이 동참하지 않으면 노조 집행부의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집행부의 독단적인 행동으로도 비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단체 행동에 돌입하는 것에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현재 르노삼성의 가장 큰 해결책은 부산공장의 생산성과 경쟁력이다. 르노-닛산의 글로벌 얼라이언스로 묶여있는 생산기지 역할이 큰 부산공장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수많은 글로벌 공자들이 생산물량 배정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비용의 저효율 공장은 살아남기 힘들다. 하지만 현재의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이 같은 모습을 띄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 철수 설까지 나오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장별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시스템 전환을 위한 노력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이런 시점에서는 생존을 최우선 과제로 회사와 협상을 벌여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국내 최대 노조인 현대자동차도 일자리 확보에 집중한 협상을 벌였고 양보와 화합을 통해 고비를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는 이런 시대적 배경을 간과하고 있는 모습이어 수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가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일자리 보전이 최우선돼야 하는 시기다"며 "자체적인 공장의 경쟁력을 글로벌에서 인정받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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