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국회에 상정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포함된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 관련 조항과 관련해 "해당 부분을 일단 보류하고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검토에 기반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금통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난해 발의된 전금법 개정안에 포함된 일부 조항(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 부분)이 중앙은행의 지급결제제도 업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지급결제시스템과 상이한 프로세스를 추가함으로써 운영상의 복잡성을 증대시키며, 내부거래에 내재된 불안정성을 지급결제시스템으로 전이시켜 지급결제제도의 안전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통위는 "동 조항에 대해서는 향후 전자금융업의 발전을 지원하고, 동시에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법안의 해당 부분을 일단 보류하고, 관계 당국은 물론 학계, 전문가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통해 심도 깊은 검토에 기반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금법 개정안을 놓고 한은과 금융위원회가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금통위가 입장을 밝힌 것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통위는 한은의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정책결정기구로 금통위의 결정은 곧 한은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여진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금통위의 이 같은 입장은 전금법 개정안에서 빅브라더(사회 감시·통제 권력) 관련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한은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한다"면서 "이번 금통위의 공식 입장은 한은 집행부인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이 논의를 주도해서 금융위 전체의견으로 전원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업무보고 전체회의에서 "전금법 개정안은 빅브라더법이 맞다"며 "정보를 강제로 한데 모아놓은 것 자체가 빅브라더"라고 말했다. 이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이 개정안을 빅브라더가 아니라고 발언한 데 대한 재반박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전금법 개정안 발의 목적이 소비자 보호에 있다는 금융위 측 주장에 대해서도 "금융결제를 한데 모아 관리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 총재는 "금융결제원의 주 기능은 소액결제시스템, 금융기관끼리 주고받는 자금의 대차 거래를 청산는 것이고, 이런 청산업무는 중앙은행이 뒷받침할 수 밖에 없다"며 "정책기관끼리 상대방의 기능이나 역할을 제대로 충분히 이해해 주는 것이 아주 중요한데 그게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