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현장조사 실시 결과 배수로 존재 자체 몰랐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강원도 고성군 해안을 통해 귀순한 북한 남성은 군이 운용하는 경계용 감시카메라(CCTV)에 10차례 포착된 것으로 조사됐다. 군은 이 남성이 CCTV에 9번째 포착된 시점에서야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이는 북한 남성이 남측 해안가에 최초 도달한지 3시간11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 발생 지역을 관할하는 22사단은 북한 남성이 오전 1시40분에서 50분 사이 통과한 해안 철책 배수로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동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인근에서 지난 16일 신병을 확보한 북한 남성과 관련한 현장조사 실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 남성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한 채 북측에서 출발해 헤엄쳐 남하한 뒤 남측 해안에 상륙했다. 이어 해안 철책 배수로를 통과한 뒤 철도와 7번 국도를 따라 민통선 제진검문소 인근까지 이동했다. 

이 남성은 헤엄쳐 내려올 당시 얼굴 부위만 개방되고 손발 부위까지 일체형으로 된 잠수복을 입고, 잠수복 안에는 모자가 달린 패딩형 점퍼와 두꺼운 양말을 착용했다. 

군 관계자는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어업 관련 부업에 종사하며 물에 익숙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패딩과 잠수복 착용으로 차가운 물속에서도 어느 정도 체온을 유지했고, 어느 정도 부력도 작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참은 미 해군 잠수교본을 근거로 겨울철 바다에서도 장시간 수영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합참 관계자는 “미 해군 잠수교본에는 수온 7도에서 5시간 정도 바다 활동이 가능한 것으로 돼있다”며 “충분히 수영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기상은 월광(달빛) 15%에 가시거리 6㎞, 해류는 북에서 남으로 0.2knot(0.37㎞/h) 속력이었으며 서풍이 10~13m/s였지만 해수 온도는 6~8℃로 파악됐다. 군 당국은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해당 남성이 6시간가량 수영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합참은 이 남성이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와 관련해선 “북한 남성이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를 확인하기 위해 해안 수색 중 부대 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 3개소를 식별했다”며 “배수로 차단물의 부식 상태를 고려할 때 이 남성이 통과하기 전부터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탈북민 김모 씨가 인천 강화도 월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 재월북한 이후 일선 부대에 수문·배수로 전수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이후 군은 지난해 8월 관련 조사 및 보수를 마쳤다고 국회에 보고했지만, 일선 부대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이 이번에 드러났다.

군이 이 남성의 신병을 확보할 당시 이 남성은 누워서 하반신에 낙엽을 덮고 눈을 감고 있었다고 한다. 착용하고 있는 옷은 물에 젖지 않은 상태였다. 잠수복과 오리발 등을 이미 상륙한 해안 암석지대에 버린 뒤였다.

한편, 군 당국은 이 남성이 북한 어느 지역에서 출발했는지 등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북한에 남은 가족의 신변 보호 등을 이유로 언급하지 않았다.

합참은 이날 후속 대책으로 원인철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개최해 전 부대 지휘관과 경계작전 수행 요원의 작전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또 과학화경계시스템 운영 개념을 보완하고, 철책 하단 배수로·수문에 대한 전수조사 및 보완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국방부·합참·육군본부가 22사단의 임무 수행 실태를 함께 진단하고 부대 편성, 시설, 장비 보강 소요 등 임무 수행 여건 보장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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