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채권단 우월적 지위 부당행사 논란, 자구땐 경영권 유지 고려해야

   
▲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
최근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자율협약 형태로 진행되면서 주채권단이 부당하게 김준기 회장 등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동부그룹 자율협약 사건과 관련하여 산읍이 동부제철에 대하여는 타사에 비해 적은 530억 원만 출자전환하고도 과도하게 김준기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했다는 점이다. 즉, 실사 자산가치가 마이너스 1조 6000억 원으로 평가된 K사에 대하여는 마이너스 2조 6500억 원, 실사자산가치가 2조원대에 달하는 S사에 대하여는 2조 원을 각각 출자전환한 후 경영권을 박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사자산가치가 마이너스 5006억 원으로 평가받은 동부제철에는 주채권단이 530억 원만 출자전환한 후 경영권을 빼앗았다는 것이다. 즉, 산은이 자율협약의 시행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행사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 등 경영진의 자구노력이 미흡했고, 도덕적 해이 현상도 심각했다고 비판했다. 100대 1감자를 통한 경영권 박탈은 불가피하였다는 게 산은측의 주장이다. 물론, 주채권단 입장에서는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우선이고, 구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제재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점은 이해가 된다.

그 제재가 대주주의 경영권 박탈이 돼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어느 국가든 경영활동과 경영권이 보장되어야 창업이 활발해지고, 경영권이 안정되어야 장기적 투자를 통한 대기업 탄생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법제도적으로 경영권을 보호하는 다양한 법제도들을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주주평등의 원칙이라는 관점에서 창업자의 경영권을 법제도적으로 보호하는데 매우 인색한 정책을 펴왔다.

   
▲ 최근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자율협약 형태로 진행되면서 주채권단이 부당하게 김준기 회장(사진) 등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뉴시스
이는 2007년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하는 포이즌 필 (Poison Pill)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입법노력이 무산되었으며, 황금주는 물론이고 복수의결권주의 발행역시 금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대주주의 지분율이 희석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장기업들에 대해서도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2011년 이후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IPO 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은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않고, 경영권이 보호되는 소규모기업에 만족하는 기업가정신이 우리 경제사회에 만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더욱이 흑자기업이 일시적인 유동성 및 신용위기로 도산위기에 처했을 때 주 채권단이 이를 구제하기 위해 지원하는 정책마져 경영권의 박탈을 전제로 채권단자율협약제도가 운영된다면 우리나라에서 창업하여 세계적 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

박근혜정부는 기업이 탄생하고 성장, 소멸하는 과정에서 제품의 상품화에는 성공하였지만,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죽음의 계곡 (Death Valley)에 빠진 기업들을 지원하여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천명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철학측면에서 보면 동부그룹 자율협약 진행과정은 분명 474정책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인하여 부실에 빠진 기업에게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게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외생적 변수에 의하여 일시적 부실에 빠진 기업에 대하여는 기존 경영진이 개인적으로 대출을 위한 담보를 제공하고, 추가로 출자의사를 표시하고, 새로운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등 각고의 자구노력을 기울이는 한, 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를 통한 경제 재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의 실천과제이기도 하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기업법률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