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서울시 강북구가 도심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빈집을 활용한 소규모 정비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강북구에서 빈집을 개조해 분양한 행복주택에서 신청자 '0'의 결과가 나오는 등 수요자들의 시선은 차가워 탁상공론식 공급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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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북구 삼양동에 위치한 빈집 개조 청년주택(오른쪽)과 청년주택이 위치한 삼양동 일대./사진=미디어펜 |
3일 강북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1월 아무도 살지 않는 주택의 실태조사 결과와 활용방안이 담긴 '빈집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이 중 일부 빈집을 공공임대 주택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북구의 빈집 정비계획 조사 결과 관내 빈집은 총 180개로 집계됐다. 이중 정비구역 내 위치하거나 철거 등이 예정된 110호를 제외한 나머지 70가구가 빈집상태에 따른 등급별 판독 대상이다. 등급별로 1등급(양호) 28곳, 2등급(일반) 12곳, 3등급(불량) 6곳, 4등급(철거) 24곳으로 조사됐다.
빈집 활용계획을 살펴보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 소유의 16가구 중 11곳은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 주택의 용도로 쓰일 방침이다. 강북구는 1~3등급 소유자가 집수리에 나설 경우 사울가꿈주택 사업의 보조금과 융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나머지 빈집은 소유자의 자진철거나 SH에 매입을 유도하고 강북구는 빈집을 허물기로 한 소유자에게 철거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이곳에 도시텃밭 등 생활기반 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문제는 지난해 강북구에서 빈집을 매입해 정비한 뒤 임대주택으로 공급한 '삼양동 행복주택'이 저조한 흥행 성적표를 받았다는 것이다. SH에 따르면 지난해 2020년 2차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공고를 통해 청약 접수를 받은 서울 강북구 '삼양동 791-1960 빈집정비 행복주택'에서 4개 타임 중 2개 타입에서 신청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삼양동 빈집정비 행복주택은 지난해 12월 청년 대상 3개 타입, 신혼부부 대상 4개 타입의 청약을 진행한 결과 신혼부부 대상 청약 4개 타입 중 2개 타입에서 신청자 '0'의 결과가 나왔다. 나머지 2개 타입 역시 각각 3대 1, 5대 1의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에 조성되는 행복주택의 경우 고공행진하는 집값에 입주 소득조건도 완화되며 수요자들이 몰려 역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고한 '2020년 3차 서울리츠 행복주택'의 청약 경쟁률은 86.8대 1로 집계됐다. 강북구 삼양동 행복주택은 해당 행복주택은 보증금 2720만~8272만원, 월세 3만~20만원의 저렴한 수준의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게 저조한 성적을 받았다.
지난해 행복주택 인근에서 입주자 모집을 받은 빈집 재생 청년주택에 대해서도 수요자들은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당 빈집 재생 임대 주택들은 기존 노후 주거지역에 위치한 빈집을 개조해 조성된 주택이기에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고 단지가 오르막길에 위치하는 등 교통 및 입지가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청년주택 청약을 시도하고 있는 30대 A씨는 "무엇보다 입지가 걸렸다"며 "서울 주요 사업지구로 이동이 어려운데다 주택이 언덕 위에 위치해 이동이 편하지 않아 보여 청약을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역시 도심 주택 공급 방안으로 추진해온 '빈집 매입 임대주택'의 목표치를 낮추고 빈집 재생 사업의 추진을 늦추고 있는 분위기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시의회 업무보고에서 빈집 매입 목표를 기존 1000가구에서 500가구로 낮추고 임대주택 공급도 4000가구에서 1500가구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강북구가 수요와 어긋난 주택 공급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북구는 이번 빈집 정비계획을 통해 개조에 나설 빈집의 구체적인 입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예산의 범위 안에서 빈집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개조하려면 기존 시행하던 빈집 재생 사업과 입지 및 인프라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강북구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지난해 입주자를 모집했던 '강북구 삼양동 빈집 재생 프로젝트'와 이번 빈집 재생 사업은 별개 프로젝트"라며 "구에 합리적인 임대 주택을 원하는 수요가 많아 시행하게 된 사업으로 구체적으로 사업이 진행될 빈집의 위치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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