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청와대와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려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이 연일 뜨거운 감자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과 3일 연달아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청해 맹비난에 나설 정도로, 검찰과 정권이 대립각을 세운 모양새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주도했던 윤 총장 징계 사태가 평검사들의 집단반발 등 검찰의 대대적인 반대 움직임과 법원의 1차적인 판단으로 꺾이면서, 문재인 정권이 내세운 것은 국회를 장악한 과반수 의석 수로 강행하는 입법안이다.
구체적으로는 검찰에게 남겨진 6대 범죄(부패·경제·4급 이하 공무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직접수사권을 몰수하고, 이를 중대범죄수사청이라는 곳을 신설해 이관한다는 수사·기소 분리법이다.
여당은 일각에서 제기한 속도조절론을 일축한 가운데, 이르면 다음주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앞서 민주당 검찰개혁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비공개 회의를 갖고 관련 입법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검찰은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는 조치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향후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만을 맡게 된다. 정권이 연루된 사건이든 정치권의 부정부패든 검찰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은 완전히 막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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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검찰총장은 전날(2일)에 이어 연이틀 검찰의 직접 수사 폐지와 관련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사진=연합뉴스 |
이를 강행하면서 여권이 내세운 논리는 수사·기소 분리가 글로벌 스탠다드, 세계적인 추세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의문을 제기하고 사실과 다른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법조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연방 차원의 중대 사건은 연방검사가 수사 개시 권한을 갖고 연방 수사관들과 협의해 수사를 진행한다. 미국 주 검찰청·지방 검찰청의 경우도 중대 사건을 수사할 자체 수사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유럽 또한 수사와 기소가 융합된 나라가 대다수다. 유럽평의회 산하 효과적 사법을 위한 유럽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46개 회원국 중 수사권 및 수사지휘권 모두 검사에게 없는 나라는 영국·아일랜드·핀란드·몰타 4개국에 불과하다. 나머지 42개국에서는 수사권이나 수사지휘권, 혹은 그 모두를 검사가 쥐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수사·기소 분리가 (공안에서 수사한 사건만 기소하는) 중국의 인민검찰원과 유사한 시스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일당 독재국가이지만 우리나라는 자유민주국가다. 엄연히 다른 체제에 똑같은 형사사법체제를 들여놓겠다는 무리수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청의 한 현직 부장검사는 3일 본보 취재에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독일 프랑스까지 거의 모든 사법 선진국은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인정한다"며 "글로벌 스탠다드 운운하는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청와대나 여권에서는 영국의 특별수사검찰청(SFO)을 참고 사례로 들고 있는데, 이 조차 부패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를 융합한 구조"라며 "애초에 검사가 기소 후 공소유지만 하는 제도적 한계를 인지해 창설한 것이다. 검찰제도를 1985년에서야 만든 영국이 그것으로 부족하자 3년뒤 특수청까지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갖다와 본 사람은 안다"며 "특별수사검찰청 인력은 500명에 가깝다. 우리나라 반부패 수사 인력보다 훨씬 더 많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 또한 이날 본보 취재에 "일본의 경우 형사소송법에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명문화했고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주요 검찰청 3곳은 특별수사부가 중대범죄 수사를 맡을 정도"라며 "독일의 경우도 검사가 경찰을 전부 지휘하는 식으로 수사권을 통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이 그토록 열망하던 공수처를 바라보라"며 "공수처는 부서를 분리했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보유한 곳이다. 거기다 영장 청구권, 사건 이첩 강제권까지 쥐고 있다. 그런데 왜 검찰에게서는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려고 하겠느냐"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수사-기소 분리는 경찰측이 만든 프레임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소수 사례"라고 밝혔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양쪽 입장을 간접적으로 모두 밝힌 바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쥐고 있는 공수처의 막강한 배경을 감안한, 신중한 답변으로 읽힌다.
김 처장은 지난 2일 "대형 사건의 경우 수사 검사가 기소를 담당하지 않으면 공소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며 윤 총장을 거들고 나섰고, 앞서 기자들에게는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 "시대적 조류이자 대세"라며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 중론은 분명하다. 문재인 정권의 수사-기소 분리 움직임이 검찰의 직접수사권 박탈에 이어 사실상 '검찰 폐지'로 간다는 비판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명분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이상, 여당이 누구나 납득할만한 또다른 정당성을 댈지 주목된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열매를 따려고 하다가 그로 인한 유탄이 어디로 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