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로운 한 해의 시작과 함께 자유경제원은 ‘도약’을 이야기하는 신년토론회를 개최했다. 6일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자유경제원은 <2015, 대한민국 어떻게 도약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자유주의·정체성·경제 세 영역의 바로세우기를 꾀했다. 전문가들의 여러 논의와 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참석자들은 2015년 퇴보도 안주도 아닌 도약을 이야기했다.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가,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등의 많은 말들이 오고 갔다. 아래 글은 변희재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대표가 발표한 토론문이다. |
효율성 기준의 정치개혁 칼을 들어야
새해를 맞이한다 해서 기존에 해오던 일을 크게 바꾼다거나, 더 큰 차원의 일을 기획할 일은 없다. 2015년이 아니라 2014년, 혹은 그나마 보수정권이 들어선 2008년에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그간 왜 풀어내지 못했는지, 이를 면밀히 검토하여, 집약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 장외 애국진영의 기준이라면 그 예로 정치개혁에 대해 올해 안에 일단 시작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개혁이라 하면 DJ정권 말기의 정동영 현 민주당 고문이 주도한 정풍 운동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창당, 이에 맞대응하기 위한 한나라당의 공천개혁, 열린우리당 해체 및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새누리당 창당, 안철수의 개입 등등 ‘정치개혁’이란 단어 자체가 낡고 퇴색할 정도로, 중요 선거 때마다 이슈가 되어왔다. 대부분 선거 때 대국민 선전용이었으나, 그러나 정치개혁 이슈를 통해 최소한 부정부패만큼은 지속적으로 개선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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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경제원이 6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2015년 대한민국 도약 어떻게 하나> 신년토론회에서 변희재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대표가 토론하고 있다. |
총선 거듭할수록 국회는 점점 더 무능해져
문제는 정치개혁의 본질적 목적이 부정부패 해소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부정부패, 낡은 정치 청산을 명분으로 총선 때마다 절반 가까운 수준의 물갈이가 반복될수록, 국회 본연의 예산 심의 및 입법 기능이 후퇴하며, 무능, 식물 국회가 더 잦아지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선동 이후 무려 약 5개월 간 입법기능이 정지되었다가, 국민여론이 나빠지니, 이번에는 수백 여 가지의 법안을 제대로 검토도 없이 통과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즉 이제부터의 정치개혁이란 국회의 효율성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이후, 대한민국 정치권은 좌우 극단적으로 갈라졌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특정 세력을 선호해서가 아니라 특정세력을 비토하기 위해 투표를 하게 되었다. 지난 2012년 대선 해산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 떨어뜨리러 나왔어요.”라는 막말을 하고, 이것이 50대 이상의 보수층의 결집하여 대선 결과를 결정했던 것이 그 극단적 사례이다.
애국진영의 운동가들이나, 비슷한 성향의 유권자의 경우 일단 친노종북 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하여 다른 정치적 활로를 모색할 여유가 없었다. 이런 선거구도가 반복되다보니,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새누리당의 경우는 “어차피 집토끼는 다 잡았으니 산토끼 잡으러 간다.”는 계산으로, 경제민주화, 국회선진화법 등 망국적 파퓰리즘 법안을 통과시키며, 국회의 식물화의 주범이 된다. ‘나쁜 놈 떨어뜨리기’ 식의 양자 구도에서는 유권자의 다양한 선택권도 국회의 효율성도, 또한 각 정치세력의 본질적 평가도 모두 보장받을 수 없다. 이러한 극단적 양자구도는 통합진보당 해산과 개헌 이슈를 통해, 2015년에 비로서 해소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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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경제원이 6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2015년 대한민국 도약 어떻게 하나> 신년토론회의 전경 |
통진당 해산, 분열 조짐의 야권, 선거 때 또 합치나
통합진보당 해산을 기점으로 야권은 벌써부터 통합진보당 잔존 세력과의 관계에 따라 분열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단 정동영 고문이 주도하는 강경PD운동권 국민모임은, 통합진보당과는 거리를 두지만, 문재인 등 친노세력 보다는 훨씬 더 왼쪽에 자리하는 강경좌파 노선의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 결과 이 신당은 18%의 지지를 받아 21%의 민주당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강경신당이 출현하게 되면, 야권의 주인인 문재인의 친노세력 또한 전통적 좌익 지지층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 왼쪽 노선을 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 구도가 되면 지금껏 친노세력과 충돌해온 조경태, 김영환, 황주홍 등등 온건파 세력은 오른쪽 노선을 치고 갈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 발 야권의 분열을 통한 정계개편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이런 분열 양상은 늘 내재되어 있었으나, 과점 정당 새누리당의 존재로 인해 분열했다가도 선거 때 다시 합당을 하든 연대를 하는 등의 이합집산을 반복해왔다. 즉 야권의 노선 분열만으로는 양극 구도를 해소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바로 개헌 이슈가 또 다른 핵분열의 뇌관이 될 수 있다.
현재 좌우 노선과 관계없이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국회가 직접 내각을 통치하는 오스트리아제 이원집정제에 대한 선호도는 개헌선인 200여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방식의 개헌을 주장하는 김무성, 이재오, 박지원, 심지어 문재인까지, 국민들로부터 그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민들 다수는 대통령 중심제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등 친노세력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현직 시절 개헌을 연구하여 “이원집정제는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4년중임제 대통령제 개헌안을 내놓았다는 점으로 보아, 더욱 더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여의도 일각에서 예측하는 대로, 뚜렷한 대권주자가 없는 여야 현실에 따라, 각 계파의 보스들끼리 내각을 나눠먹기 위한 야합의 개헌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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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부동산3법 처리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주례회동에서 여야 원내지도부와 국토위 간사가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뉴시스 |
그러나 현재 다수의 국민들이 4년중임제의 대통령제 개헌은 지지한다는 점에서, 이들 정치권에서 4년중임제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이원집정제를 밀어붙인다면 최소한 국회 내에서 저지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이럴 경우 장외 애국진영은 크게 두 가지 대응방법을 택일 하던지 아니면 양자를 동시에 구사해야 한다.
첫째, 정치권이 야합으로 개헌을 밀어붙일 때, 이를 전면 거부하여 국민투표를 통해 이를 저지하는 것이다.
둘째, 정치권의 개헌 야합을 저지를 하던지 혹은 저지하는 데 힘에 붙여 5년 단임제 대통령제 개헌에 대한 국민적지지 여론이 높다면, 차라리 이번 기회에 더 바람직한 개헌이 되도록 정치권을 압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존의 이원집정제 하에서의 대통령의 권한인 외교, 국방, 안보 이외에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교육, 문화, 치안, 사정감사 권한을 추가하여, 현재의 대통령제보다 최소한 국가 기간 분야에 대해서는 더 강력한 대통령제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또한 정치권의 분열을 촉진하기 위해 이원집정제 하에서 흔히 선택되는 중대선거구제 및 상하원 양원제를 도입, 지역구에 매몰된 정치권이 아닌 국가 전체를 내다볼 수 있는 정치권으로 개편할 수도 있다. 특히 이런 제도 하에서는 기존의 양당제가 아닌 최소 4-5세력이 경쟁하는 체제이므로, 지긋지긋한 새누리당의 집토끼, 산토끼 타령에서 벗어날 수 있다.
대한민국 재도약은 정치권 개혁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재도약 하기 위해서는 공적으로, 공영방송, 문화, 청년창업 등등 기존 시스템을 손봐야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문제는 이를 추진할 수 있는 곳이 국민에 의해 선택된 정치권이고, 이 정치권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분야에서도 단 한 걸음의 전진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통진당 해산과 개헌 이슈로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2015년의 정치권, 예년과 달리 장외애국진영에서 가장 관심 깊게 살펴보고, 깊이 개입해야할 사안이다. /변희재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