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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근 선문대 교수 |
2006년에 발간된 ‘Television Disrupted(TV의 붕괴)’ 라는 책에서 미국의 미디어 매니저 Shelly Palmer는 몇 년 이내에 ‘Network TV가 Networked TV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인터넷 진화와 더불어 콘텐츠와 시청자를 매개해 왔던 방송플랫폼이 소멸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로부터 채 10년도 되지 않은 지금 우리는 100년 가까이 철옹성 같던 TV가 붕괴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방송시장에 나타난 몇 가지 징후군들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VOD시장의 급성장이다. 2103년에 IPTV3사의 VOD매출 총액은 총 2952억원이었다. 전년보다 40% 증가한 수치다. 2014년에는 6월까지 186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3%늘어났다. 아마 연말까지는 4000억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저가 혹은 무료로 확보한 가입자들에게 VOD로 수익을 보전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극장개봉과 동시에 제공하는 VOD 영화들이 극장관객수와 무관하게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보면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평가할 일은 아니다. 시청자들의 콘텐츠 수용행태가 ‘any when any where any how’ 즉, n-screen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또 주목해야 할 사건은 지난 10월 31일 MBC·SBS와 채널A·JTBC·MBN·TV조선, CJ E&M 등이 ‘스마트미디어렙(SMR)’을 통해 방송영상클립을 ‘네이버 TV캐스트’에 배타적으로 제공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광고수익 배분율 합의에 실패한 유투브에게는 영상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네이버TV캐스트’가 미국의 Netflix처럼 막강한 OTT사업자가 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과 특정 포털에 한정적으로 매달리게 되면 지금 신문사들처럼 결국 자생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교차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이들 방송사들과 네이버의 수익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유투브가 고전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렇지만 향후 미디어 시장이 전통적인 방송 틀을 벗어나고 있다는 점과 지상파방송 콘텐츠처럼 경쟁력 있는 콘텐츠 확보 전쟁이 치열해 질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같은 방송 패러다임 변화를 단적으로 대변하는 용어가 OTT(over the top) 즉,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일 것이다. 본래 OTT란 금융시장 등에서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고 무임승차(free ride)하는 사업자를 비하해서 표현한 용어였다. 방송·통신 분야에서는 네트워크 투자 없이 방송·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cacaotalk이나 skype 같은 사업자들 지칭했다. 그렇지만 몇 년전부터 인터넷망을 이용해 방송영상콘텐츠를 제공하는 Netflix, Hulu 같은 플랫폼들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 OTT 성장속도는 엄청나다. 1999년 DVD 배달서비스로 시작했던 Neflix는 2014년에 미국 내 가입자 3600만, 전 세계 5000만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HBO가입자 3000만을 이미 넘어섰고 그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세계 OTT 매출은 2013년 179억달러에서 2019년에 554억달러로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증가속도는 더 빠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초기단계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OTT 서비스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KT의 ‘올레TV모바일’, SK텔레콤의 ‘Btv모바일’, LG유플러스의 ‘모바일 U+ HDTV’와 CJ헬로비전의 ‘티빙(Tiving)’, 현대HCN과 판도라TV 합작의 ‘에브리온TV’, 지상파방송사들이 공동 운영하는 ‘푹(pooq)’ 등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티빙’과 ‘POOQ’은 60만명과 23만명의 유료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 OTT서비스 가입자를 2000만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유료 가입자는 200만명 수준으로 아직까지는 유료방송 보조단계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시장규모는 2013년 1490억원에서 2019년 6345억원으로 약 4배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OTT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12월 5일 미래창조과학부 등 5개 부처는 ‘스마트미디어 산업육성계획’을 발표하였다. 한마디로 OTT 서비스에 대해 ‘네거티브·최소·자율규제’를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실시간 방송’ 개념으로 방송 규제 틀에 포함시키려고 했던 것에서 바뀐 것이다.
그러면서 2020년까지 총 4515억 원을 지원해 현재 2조7000억 원 규모인 스마트미디어시장을 13조6000억 원까지 키우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정부의 직접 투자만으로 OTT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당면하고 있는 우리 방송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이 더 필요해 보인다.
우선 무엇보다 OTT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초저가화된 우리 방송시장부터 정상화되어야만 한다. 지금같이 저가구조에서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 절대 정착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OTT사업자들 역시 자체 콘텐츠 개발노력이 필요하다. 지상파방송 콘텐츠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의 OTT서비스가 유료방송의 보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Netflix가 작년에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House of Card’에 이어 올해에도 콘텐츠제작에만 3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물론 네이버 등이 몇 개의 웹드라마를 제작하고 일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상파방송 콘텐츠에 의존하는 한 독자적인 성공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분명 우리 OTT시장은 글로벌 OTT사업자의 장이 될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영상콘텐츠 산업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불법 다운로드나 복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철저한 유료시장인 OTT 서비스의 안착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방송패러다임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법제도적, 경제사회적 환경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술지체 현상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 고민은 결국 해결되지 못하고 더 나은 기술에 의해 해결되고는 해왔다. OTT도 같은 점철을 밟게 될 지 섣불리 판단하기는 아직 일러 보이지만 느낌은 어쩐지 또 그럴 것 같은 느낌이다. /황근 선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