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10년간 SK배터리 수입금지 명령…"22개 비밀 없었으면 독자 개발 미뤄져"
SK이노, 세계 최초 고밀도 니켈 배터리 개발·화재건수 '0' 들어 반론…거부권 요청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문을 둘러싸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최근 SK배터리의 미국 내 수입금지를 지시하는 등 2년 넘게 이어진 양사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었으나, SK 측은 미 무역대표부(USTR)에 판정 번복을 요청했다.

위원회는 LG의 입증 수준이 연방순회항소법원이 기존 사건에서 요구한 수준을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삭제되지 않은 자료와 복구는 불가능하지만 파일명이 남은 자료 등을 기반으로 SK가 LG의 원가·조달·가격 책정 등의 비밀을 이용하고 이득을 취한 점을 개연성 있게 주장했다는 것이다.

   
▲ 서울 광화문 SK서린빌딩(왼쪽)·여의도 LG트윈타워/사진=각 사


또한 대통령 검토 기간 동안 구제명령의 대상이 되는 수입품은 공탁금 지불 하에 조건부 수입이 가능하며, 공탁금액은 청구인을 임의의 피해로부터 보호하는데 충분한 규모여야 한다는 점을 들어 제품 반입 가격의 100%로 책정했다.

이는 SK가 LG로부터 22개의 영업비밀을 탈취하지 않았더라면 10년 안에 관련 정보를 독자적으로 개발하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한 영향으로, ITC 산하 불공정 수입조사국(OUII)은 최소 5년, SK는 1년을 주장한 바 있다.

SK와 포드 등 완성차업체들이 우려하는 공공의 이익 저해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유예기간이 적용된 덕분에 F-150 출시가 지장을 받지 않으면서도 다른 공급사의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영업비밀 침해에도 불구하고 장래의 사업관계들을 구축하기로 선택한 업체들에게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폭스바겐(VW)과 관련해서도 2년이면 LG의 미시간 설비 또는 영업비밀 침해가 없는 제품 조달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개발·생산·영업 등 배터리 전 영역에 걸친 비밀침해 사실이 명백히 인정된 것"이라며 "이날 오후 임원들이 참석하는 컨퍼런스콜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 관련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문 일부/사진=SK이노베이션


반면, SK는 세계 최초로 고밀도 니켈 배터리를 개발한 노하우를 토대로 국내 최초로 전기차 블루온과 최초 양산 전기차 레이에 제품을 탑재했으며, 현재까지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영업비밀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반론을 폈다. 이미 2011년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공급계약도 체결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ITC가 침해됐다는 영업비밀과 방법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며, 의견서 어디에서도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증거를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포드와 폭스바겐이 유예기간 내에 타사의 배터리로 대체할 방법이 없다고 호소하는 점을 들어 ITC의 판정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점도 언급했으며, 이같은 결정으로 정당한 수입도 사실상 차단되면 △미국 전기차배터리 산업경쟁력 저하 △시장 내 부당한 경쟁제한 △배터리 공급 지연에 따른 탄소배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ITC는 배터리업체들이 특정 회사에만 공급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미국 내 업체들이 다른 자동차업체들에게 배터리를 납품할 수 있다는 모순된 판단을 내리고 있다"면서 "대통령 검토 절차에서 적극 소명하고,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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