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주요 보험사의 올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인상률이 최고 19.6%로 확정됐다. 업계는 높은 손해율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입장이지만, 보험료 인상에 대한 피해는 결국 소비자가 떠안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보험사가 애초에 보험을 잘못 설계한 책임이 고객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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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손보 전체 실손의료보험(표준화 실손) 보험금 지급현황(2018년 기준)/그래프=금융위원회 |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용진 의원에게 금융위원회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손해보험 주요 4사의 실손보험 인상률이 상품유형에 따라 평균 11.9∼19.6%로 파악됐다.
2009년 9월까지 팔린 '1세대' 구(舊)실손보험이 각사 평균 17.5∼19.6%, 이후 2017년 3월까지 팔린 표준화실손보험이 각사 평균 11.9∼13.9% 각각 올랐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4개 주요 손보사 중 삼성화재의 구실손 인상률이 19.6%로 가장 높다.
2017년 4월 이후 팔린 신(新)실손보험은 생·손보사 모두 보험료를 동결했다.
올해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최근 5년간 최고 수준이다. 업계에선 실손보험료 인상 배경으로 높은 손해율을 꼽았다.
실제 작년 상반기 구실손과 표준화실손의 위험손해율은 각각 143%와 132%를 기록했다. 위험손해율이란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제외한 '위험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액의 비율을 뜻한다.
다만 높은 손해율을 빌미로 보험료 인상만을 주장하기 보단 보험 설계를 잘못한 책임을 지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서도 이같은 지적에 대해 공감하지만 더 큰 피해가 양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을 잘못 설계한 책임에 대해 보험사들의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며 "다만 일부 가입자들 사이 과다 청구, 의료 쇼핑 등의 인식 문제도 지속돼 오고 있어 복합적으로 잘못해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료 인상을 통해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지만 보험료 인상 없이는 보험사가 버티기 힘든 현실"이라며 "이를 감당하지 못해 보험사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역시 보험사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공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실손보험과 관련해 매년 2조5000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며 "이와 같은 손해를 떠 안고 있는 것이 보험사가 상품을 잘못 설계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험사들이 5년간 7조원을 넘게 손실을 보고 있다"며 "이와 같은 손해가 확대된다면 실손보험 유지 자체가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보험사 건전성 위험도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는 실손보험이 가진 독특한 특성으로 인해 거칠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라는 설명이다.
이경희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수명이나 건강상태, 의료기술 등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에 실손보험에 대해 장기간 리스크 관리를 한다는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며 "어쩔 수 없이 시행착오를 겪어야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도 잘못 설계한 책임을 져야하겠지만 상품이 진화하고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실제 보험이 보장하는 위험의 성격에 부합하도록 상품이 수렴해가고 있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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