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가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와 하락장에 수익을 내는 세칭 ‘곱버스(인버스x2)’ 상장지수펀드(ETF)에 전부 돈이 몰리는 독특한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곱버스 투자 열풍에 최근엔 기관이 가담했고, 그런 한편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코덱스 레버리지 상품에서도 이번 달에만 4조원이 넘는 돈이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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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 레버리지’가 단일 ETF 상품으로서는 가장 많은 금액을 끌어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이후 불과 4거래일간 코덱스 레버리지에 몰린 거래대금은 무려 4조 2407억원에 달했다.
이 상품은 주가지수가 상승하는 흐름에 연동돼 기초지수(코스피200)가 오를 때 2배만큼 수익을 주는 상품이다. 이 상품의 거래가 활발했다는 것은 주가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정반대의 전망 또한 탄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코덱스200선물인버스2X’에도 3조 9973억원어치나 거래됐다. 흔히 ‘곱버스 ETF’로 불리는 이 상품은 추종하는 기초지수가 내릴 때 2배를 버는 구조다. 코덱스 레버리지만큼은 아니지만 거기에 육박하는 거래대금이 형성되면서 결국 이 두 종목에만 8조원이 넘는 자금이 거래됐다.
시간축을 ‘최근 1년간’으로 넓히면 곱버스에 투자한 개인들의 순매수액이 4조원에 육박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작년과 올해 들어 국내 주가지수가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에 하락장이 올 것이라 예상한 개미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한때 32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 지수는 이번 주 들어 3000선을 하회하는 등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곱버스 투자자들이 예상한 수준의 하락장은 오지 않았다. 이들 투자자들의 상당수는 작지 않은 수준의 손실을 감당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주된 예측이다.
작년 3월 ‘코로나 쇼크’ 당시 곱버스 ETF 가격은 1만 2800원을 넘겼지만, 이후 주가 상승이 거듭되면서 지난 8일 종가는 2185원까지 떨어졌다. 80%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하는 상황 속에서 곱버스 투자자들 또한 상당히 큰 손실을 감당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최근엔 기관 투자자들이 곱버스 매매에 동참해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5일까지 2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곱버스 상품을 1202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POSCO(1821억원), 롯데케미칼(1450억원) 등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순매수액이다. 반면 이 기간 개인은 '곱버스'를 1525억원어치 순매도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 해외증시 불확실성이 함께 커지면서 주가지수 전망에 대한 여러 가지 전망이 한꺼번에 표출되는 양상”이라면서 “레버리지‧곱버스 상품은 실제 흐름보다 더 큰 수익과 손실이 교차되는 상품인 만큼 매매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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