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미가 1년3개월 공백을 깨고 합의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한국은 방위비를 2021년 13.9% 인상하고, 2022~2025년 매해 국방비 증가율만큼 인상된 금액을 부담하게 됐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당시 1년짜리 협정이었고, 우리측 제시안이 ‘13% 인상’이었던 만큼 소위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더구나 협정 공백기이던 2020년의 방위비분담금이 동결된 것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일각에선 기존에 ‘물가 상승률’을 적용했던 산정 방식을 이번에 ‘국방비 인상율’로 바꿔서 2025년엔 대략 1조5000억원을 분담하게 됐고, 이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첫해 분담금으로 요구했던 13억 달러(약 1조4808억원)와 비슷한 수치라는 점에서 비합리적이라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됐다.
외교부는 10일 “한미 양국은 3월 5~7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9차 회의를 통해 제11차 SM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최종적으로 타결했다”고 밝혔다.
한미는 지난 2019년 12월 31일부로 제10차 SMA가 종료된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7차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2차례 공식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한미 양국은 2019년 9월 제11차 SMA 협정을 위한 협상을 공식 개시했으며, 협상이 길어지면서 약 1년3개월간이라는 협정 공백을 기록하기도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선 협정 공백기였던 2020년의 분담금은 동결하기로 했다. 2021년엔 인건비 관련 제도 개선에 따른 6.5% 인상율
반영해 13.9% 인상한다. 이후 2022~2025년은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해 매해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한미 양국이 동맹 복원을 상징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2019년 9월 협상을 시작해서 1년 6개월이 걸렸고, 1년 3개월이라는 협정 공백 상태를 해소한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방비 증가율 적용과 관련해 “우리의 국방 능력이나 재정 수준을 반영하는 측면이 있고, 국회 심의로 확정되는 것인 만큼 신뢰 가능한 기준이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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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도나 웰튼(Donna Welton)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가 수석대표로 하는 한미 대표단이 5일 워싱턴DC에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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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 행정부 교체를 감안하지 않고 한미 간 진행해오던 협상 내용을 기준으로 봤을 때 금액을 따져보면 지난해와 올해 각각 7%대 인상이고, 그 이후에도 5~7% 인상이므로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은 “한미가 6년 장기 계약을 한 것을 감안하면 1점 내주고 1점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예상했던 범위 이내로 평가된다"면서 “최근 국방비가 대폭 인상된 이후 당분간 5% 전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한미동맹 회복을 하는데 있어서 장애물을 신속하게 제거하는 것이 중요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11차 SMA 협정 기간 내 결국 50% 인상이 달성된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보장한 이번 합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더구나 최근 0.4%, 0.5%로 기록된 물가 상승률 대신 국방비 인상율 적용에 대해 금액을 맞춰놓고 역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소식통은 “13.9%라는 수치는 다소 과도하고, 국방예산 증가율과 연동되는 것도 과거에 비해 높은 수치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를 거쳐 두번의 변곡점을 맞는 등 협상이 교착돼 있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최선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애초 이번 합의는 트럼프 정부이던 지난해 3월 한미 간에 이뤄진 잠정 합의안을 토대로 이뤄진 것인 만큼 한미 양쪽 모두 운신의 폭이 넓지는 않았다는관측이나온다. 한국정부로선 미국에 이미 합의해준 ‘13% 인상안’을 거둬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고, 바이든 정부도 이미 전 정부가 얻어낸 안을 양보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을 것이란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한편, 문재인 정부는 새로 출범한 바이든 정부와 현안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시동을 위해 소통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침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이달 중순 방한하기 위해 한미 정부가 조율 중인 상황도 연계해 볼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이번 합의에서 성과로 내세우는 제도 개선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협정에서 양국은 방위비 분담금의 인건비 배정 비율의 하한선을 기존 75%에서 87%까지 확대하고, 이 가운데 85%는 의무 규정으로 바꾸는 데 합의했다. 또 협정 공백 시 전년도 수준의 인건비 지급이 가능하다는 규정도 협정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대사는 10일 공식 발표에서 이번 합의에 대해 "정부가 역대 최장의 협상 기간에도 불구하고 방위비 분담 협정의 기본 틀을 지켜냈고, 객관적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당당하게 협상한 결과”라며 “특히 미 측이 급격한 분담금 인상을 위해 강하게 준비했던 준비태세 항목이 신설되지 않도록 했고, 단순히 금액이 아닌 원칙과 기준에 입각한 협상을 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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