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표류하는 쌍용차 구조조정에 대해 “회사가 뼈를 깎는 각오를 약속하고 잠재적 투자자와 모든 이해관계자가 유례없는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협상 대원칙을 제시했다. 

이어 “주객이 전도돼서도 안 되고 본말이 전도돼서도 안 된다”며 “노사는 제 생각에 안이한 것 같다”는 소신발언을 내놨다. 대주주인 마힌드라, 쌍용차 노사, 잠재적 투자자가 협상의 주체인데 객체인 산은과 정부가 마치 협상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면서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는 평가다.

15일 산업은행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기업구조조정 제도 설명회를 가졌다. 설명회에 참석한 이 회장은 쌍용차 투자유치 진행경과를 묻는 질문에 “(작업이) 순탄치 않다. 잠재적 투자자는 그동안 쌍용차 경영환경이 악화됐고 심각하게 판단하는 것 같다”며 “(투자자가)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은의 쌍용차 지원 대원칙을 제시했다. 산은은 잠재적 투자자가 △쌍용차 투자 결정 △자금조달방안 제시 △쌍용차 사업계획서 제시 △외부전문가 검증 등을 거치면, 검증결과에 따라 자금을 제공할 거라는 입장을 내놨다. 투자자 없이 산은이 홀로 자금을 투입하는 건 무리라는 입장이다. 

또 산은이 일정 부분 대출형태로 자금을 투입할 의사는 있으나, 사업이 지속가능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배임이슈가 있는 만큼 구체적인 사업계획서가 없으면 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만큼, 단순 금융지원이 쌍용차의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질 거로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각오로 모든 이해관계자가 자구노력에 힘써야 산은의 지원이 효과를 볼 거라는 주장이다. 

또 ‘폭풍우 속 침몰하는 선박’을 빗대어 쌍용차가 주요 자산을 대거 매각해서라도 기업 정상화에 나서는 노력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폭풍우 속 선박이 침몰하지 않고 순항하려면 필수 자산을 바다에 내던져서라도 선박 중량을 줄이듯 구조조정의 기본원칙을 따르라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는데 산은이 (자금을) 투입한다고 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여기서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스스로 돕고자 하는 방안을 들고 잠재적 투자자와 협상하라. 그 전제 하에 우리가 도와줄 것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쌍용차 노사에 읍소하는 기분으로 말한다. 이동걸이 무슨 수로 살리나. (쌍용차는) 돈으로도 못 살리고 산은이 맡더라도 못 살린다”며 “사업성이 안 되면 돈을 투입하지 못한다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 생존을 위해 많은 거를 버린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