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한 은행 내부통제는 큰 문제…우리은행 조정안 수용 '환영'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전국사모펀드 사기피해공대위(공대위)가 16일 오후 2시 은행연합회 앞에서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을 규탄하고 나섰다. 

공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이 (금융사 대표에 대한 중징계 결정에 대해) 금융권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위험이 높다고 망발을 늘어놓았다"며 강력 비판했다. 

   
▲ 전국사모펀드 사기피해공대위가 16일 오후 2시 은행연합회 앞에서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을 규탄하고 나섰다. /사진=전국사모펀드 사기피해공대위 제공


공대위의 작심발언은 지난 9일 김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 제재심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데서 비롯된다. 

당시 김 회장은 “감독 당국의 징계가 법제처와 법원의 기본 입장인 명확성 원칙과는 비교적 거리가 있어 보여 금융권에서 예측이 어렵고,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며 "은행장이 모든 임직원에 대한 관리 감독이 불가능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사실상의 (금감원이) 결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금융권에서는 예상치 못한 당시 김 회장의 작심발언에 "할 말은 했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공대위는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의 발언에 분개한 모습이다. 공대위는 펀드 환매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은행의 내부통제 부재를 꼽고 있다. 임직원 관리 감독이 잘 이뤄지지 않아 대형 사고로 이어진 만큼 내부통제를 철저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대위 측은 "내부통제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금융사 대표에게 묻는 것은 금융당국의 당연한 책무이며 절차"라며 "임직원에 대한 감독이 불가능하다는 김 회장의 발언은 사실상 금융계 대표들이 무능함을 고백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대위는 김 회장의 과거 행적에 주목하며 그의 발언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1년 6월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김 회장이 부정청탁과 함께 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례를 지적했다. 

또 그가 몸담았던 NH그룹의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펀드의 주요 판매사였다는 점을 언급했다. 농협금융지주의 관리·감독을 받는 자회사로서 김 회장이 옵티머스 사태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평가다. 

공대위 측은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은행을 대표해 금융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피해자의 손해 전부를 배상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며 "김 회장이 사기판매의 주범들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며 금융회사들을 배상거부의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옵티머스 피해자들은 'LH는 땅투기하고, NH는 사기판매한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며 "김광수는 지주회장 재임시 발생한 옵티머스 사기 판매 사건과 무관하지 않음에도 NH투자증권 대표의 제재심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작태를 보여 피해자들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라임펀드 환매중단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우리은행이 지난 15일 금감원의 제재심 조정안에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공대위를 비롯해 피해자들은 대체로 우리은행의 대승적 판단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이의환 공대위 위원장은 "금감원 조정안 수용여부는 은행별로 융통성과 재량권에 달려있다고 본다"며 "피해액 100%를 보상하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분쟁조정 상) 자기책임을 일정하게 수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중장기적으로 회사에 최선의 이익이 무엇인지 판단해야 한다. 피해자만 볼 게 아니라 회사의 신인도 하락 우려 등을 고려해 이번에 분쟁을 잘 종식시키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기은의 디스커버리 환매중단 사건에 대해서는 금감원 분쟁조정이 크게 도움되지 않을 거로 내다봤다. 피해자가 대체로 개인보다 법인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법인별로 피해 수용에 대한 입장이 제각각인 만큼 획일적인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일 곳은 많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이 위원장은 "금감원이 조정을 하더라도 일부 피해자들이 계속 투쟁할 것이다. 법인과 기은의 양자 간 화해로 해결하는 게 낫다고 본다"며 "기은이 특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걸 반영해 보상배율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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