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시설관리 인수에만 1조원 투입…녹색채권 3000억원 발행·SK TNS 지분매각 등 유동성 확보 나서
[미디어펜=이동은 기자]SK건설이 친환경 사업 진출을 위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재무적으로 변신통(痛)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SK건설 지분구조.

SK건설은 건설업에서 환경사업으로 대대적인 비즈니스 전환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1조원을 들여 종합 환경 플랫폼 기업인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 최대 종합 환경기업으로 성장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건설사 이미지를 지우고 환경기업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명 변경(SK에코플랜트·SK서클러스·SK임팩트)도 고려하고 있다.

환골탈태를 위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신설법인인 디에코플랫폼을 통해 환경시설관리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데만 인수금융(차입금) 5500억원을 포함해 총 9165억원이 들었다. SK건설은 직접 부담하는 3553억50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TSK코퍼레이션 지분(1969억원)과 강남주택문화관 부지(600억원) 등 자산을 처분하고, 보유 현금 1000억원 가량을 쏟아부었다.

SK건설은 또 환경시설관리의 손자회사 격인 와이에스텍의 외부 지분 30%를 인수하기 위해, 와이에스텍의 모회사인 매립지관리에 900억원을 추가로 지출했다. 이로써 SK건설은 환경사업 진출을 위한 초기 투자로 출자액 4453억원과 차입금 5500억원 등 총 1조원을 투입했다. 

문제는 대규모 투자가 기존의 건설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SK건설은 그 동안 건설업에서 꾸준히 현금흐름을 창출하며 5000억~7000억원의 현금 잔고를 유지해 왔다. 2016~2018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평균 2374억원에 이른다. 이를 기반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며 양호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해 왔다.

   
▲ SK건설 현금흐름 추이(개별기준)./자료=SK건설 사업보고서

그러나 2019년에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934억원으로 반 토막 났고, 지난해에는 9월말까지 –174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상환기조를 유지하던 차입금은 증가세로 돌아섰다.

2020년 9월말 271%인 부채비율의 상승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인수금융 5500억원 외에도 태양광, 연료전지, 친환경 건축물 등 신규 프로젝트를 위해 올해 녹색채권을 발행해 3000억원을 조달했다. SK건설은 녹색채권 투자설명서에서 “보유현금, TSK코퍼레이션 지분매각 대금, 인수금융 등으로 EMC홀딩스 인수대금을 조달하면서 부채성 조달 규모에 따라 부채비율이 변동될 예정이다”며 “부채비율 상승 및 이자비용 증가로 인해 재무안전성은 다소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SK건설은 현금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녹색채권의 당초 발행 예정액은 1500억원이었으나 수요가 몰리자, 두 배인 3000억원으로 늘렸다. 또 지난 1월 종속회사 SK TNS의 지분을 2900억원에 알케미스트캐피탈코리아로 매각하고, SK TNS 경영을 위해 설립된 투자목적회사에 6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이 거래로 23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환경기업으로의 변신으로 건설업의 비중이 낮아질 것을 감안하면, 향후 건설업에서 창출하는 현금흐름은 축소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환경사업에서 그 이상의 현금흐름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의 축소가 진행되는 가운데, 환경사업의 성장이 전망과 달리 지연될 경우 SK건설의 재무적 악화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시설관리는 폐기물 처리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매출액은 2017년 2331억원에서 2018년 3453억원, 2019년 3809억원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도 2017년 130억원에서 2019년 453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017년 62억원, 2018년 89억원에서 2019년 891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환경시설관리를 인수하면서 재무부담의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환경사업을 편입함으로써 사업안정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며 “SK건설이 환경사업의 현금창출력 제고를 바탕으로 인수 직후 저하되는 재무안정성 지표를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한 기업분석 전문가는 “향후 대기업들이 기존의 페기물 및 수처리 업체의 인수를 통해 환경사업에 진출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며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SK건설 환경사업의 성장경로가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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