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반대하던 야당마저 합의, 민간금융사 손목 비틀기 논란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권 이익공유제’의 첫 사례로 여겨지는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이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금융권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위해 은행에게 대출 상환을 유예하도록 하는 한편, 충당금을 쌓고 배당율까지 제한한 와중에 정치권이 서민금융을 명분으로 출연금까지 내놓으라는 건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 국회 본회의장/사진=미디어펜

일각에서는 지난해 금융권이 코로나에도 불구 우수한 영업실적을 낸 게 화근이 돼 정치권의 먹잇감이 된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은행들은 정치권의 손목 비틀기가 또 나왔다고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7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서민금융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서민금융진흥원의 신용보증 재원이 되는 금융회사 출연을 상시화하고, 출연금을 내는 회사 범위를 은행‧보험‧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 등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주요 금융사로 확대하는 걸 골자로 한다. 기존에는 서민금융을 담당하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조합이 재원을 출자했다.

이번에 개정안이 통과되면 민간 금융사들은 가계대출 잔액의 약 0.03%를 출연금으로 헌납해야 한다. 2019년 대출 총잔액 실적으로 산정하면 은행권은 약 1050억원, 여전업권은 약 189억원, 보험업권은 168억원 등을 각출해야 한다. 이로써 정부는 기존 상호금융권 출연액에 금융권에서 매년 약 2000억원, 복권기금 등의 정부출연금을 더해 총 5000억원을 조성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각출규모는 2019년 실적을 바탕으로 산정한 터라, 주택과 주식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영끌’과 ‘빚투’ 대출 수요가 많았던 지난해 실적으로 계산하면 부담금이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또 은행마다 대출잔액이 다른 만큼 잔액이 많은 곳일수록 부담액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이 법을 반대하던 야당이 찬성으로 돌아선 점도 충격을 더한다. 2019년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로 활약한 김종석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민금융상품의 안정적 재원 마련은 마땅히 필요하지만 방식이 문제”라며 “정부가 당연한 듯이 민간 기업에 일정 기준을 정해 부담을 넘기는 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금융지원을 요구하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야당도 이 법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오는 24일 예정된 정무위 전체회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심사와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를 통해 확정된다. 

금융권에서는 또다시 정치권의 손목 비틀기가 시작됐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서민금융 상품인 ‘햇살론’으로 은행의 공익적 역할을 하고 있는 와중에 별도로 1000억원대의 재원을 출연하는 건 무리라는 주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은 은행에 신청하지만 정부 심사기준에 맞으면 은행에서 돈을 받는 형식이다. 우리가 신용심사를 하지 않는다”며 “일반 대출보다 연체율‧부도율이 많이 높다. 대출상환이 쉬운 고소득자와 달리 서민금융은 저신용자들이 대부분이라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햇살론이 전체 대출액에서 큰 건 아니지만 조금씩 쌓이다보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은행 본연의 업무가 있고,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회사’인데 이런 돈을 쌈짓돈 쓰듯이 해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핀테크업체와 외국계은행과의 경쟁에 대응할 미래투자가 늦어지는 점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은행이 순이익을 냈다지만 리스크관리도 해야 하고 핀테크에 대응해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현재 수익이 좋다고 해서 분담금을 자꾸 내놓으라는 건 과하다”고 우려했다. 

금융권은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면 관련 상품이 이르면 8월께 출시되거나 기존 햇살론 등의 대출상품을 보강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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