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형 대폭 올리면 기소·공소유지 '난관'…친인척 등 차명거래 적발 어려워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공직자 불법 투기' 사태에 대한 대책으로 국회에서는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했고, 정부와 여당은 모든 공직자의 재산 등록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법정형을 올리면 기소 및 공소유지가 어렵다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모든 공직자의 재산을 등록하더라도 버젓이 친척 등 제 3자의 명의를 악용한 차명거래를 적발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우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9일 개정안을 서둘러 처리했다.

공직자가 미공개 정보를 투기에 이용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투기 이익의 5배 이상 징벌적 벌금에 처하고,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한 경우도 동일 형량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투기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이 50억 원 이상일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내리도록 했다.

관건은 공직자가 미공개 정보를 투기에 이용한지 여부를 어떻게 입증하나, 그로 인한 투기 이익을 정확히 어떻게 환산하느냐 여부다.

   
▲ 3월 15일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공직자 투기-부패근절 대책TF 전체회의에서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부장검사는 22일 본보 취재에 "처벌 수위가 무기징역까지 높아지면 혐의 입증을 완벽히 해야 하는데, 유죄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제대로 수집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혐의를 받는 당사자가 자백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기소도 그렇지만 공소유지까지 험난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처벌만 강화해서는 동종 범죄 행위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며 "1심에서 대법원 상급심까지 가는 동안 재판에서는 그 형량을 인정할 정도의 엄격한 증명 책임을 요구하기 때문에 입증 자신 없는 사건은 시작부터 불기소될 수 있다. 손에 쥔 차익의 정의 및 투기 이익에 대한 판례가 제각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론 잠재우려고 최대 무기징역까지 내린다는 처벌 강화 대책은 실제 법정에서 적용하기 힘든게 실정"이라며 "정인이 법에서도 마찬가지 우려가 나와 결국 형량 수위를 조절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1월 국회가 통과시킨 '정인이 법'은 아동학대 치사죄의 기존 형량을 높이지 않고 고의로 아동을 학대해 사망시킨 경우 살해죄를 적용하도록 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둘째로, 당정이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추진 중인 공직자 재산등록은 기존 22만 명 대상자를 150만 명 공직자 전원으로 대거 확대하는 내용이다.

현행 재산등록은 4급 이상 공무원(특정 분야 7급 이상) 및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 등 22만 명에 대해 이뤄지고 있지만, 전체 공무원으로 확대하면 입법·사법·행정부를 합쳐 111만 3800명이 등록 대상이고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 공공기관 임직원 41만여 명을 포함시키면 150만 명을 훌쩍 넘는다. 이들은 매년 변동사항을 신고해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재산등록이 본인·배우자·직계존·비속 대상으로 한정되며 본인이 부양하지 않을 경우 직계존·비속이라도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이다. 3촌 이상 친인척으로 넓힐 경우 등록할 필요 없다.

현 재산등록 제도로는 지인 명의를 동원해 차명 거래를 감행하려는 공직자들의 투기 유인을 막기 힘든 구조다.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지난 19일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공직자의 미공개 정보 투기 이용을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하는 내용이다. /사진=미디어펜
한 기획재정부 공무원은 이날 본보 취재에 "정부 1차 합동조사에서 이번 사태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들 중에서는 투기 의심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며 "제도상 구멍이 존재하는 한, 이를 악용하는 공직자가 없으리라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차명거래를 막을 완벽한 방법이 없다는 건 누구나 인지하고 있을 뿐더러 재산등록이나 부동산 거래 신고를 철저하게 의무화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라며 "재산 등록을 설사 대부분 제대로 하더라도 이에 대한 심사를 제대로 할지 의문이다. 인력이 부족해 부실 심사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국가수사본부 및 각 지방청 담당팀 위주로 수사에 돌입한 상태다. 공직자의 불법 투기가 어디까지 발본색원될지 주목된다. 향후 관련 입법 및 행정조치(재산등록 의무화)를 통해 최대한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