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슬기기자] 잇단 국제유가 하락에 대해 산업계가 체감하는 온도가 다른 이유는 뭘까.
9일 업계전문가들에 따르면 국제유가 하락의 효과가 하위 석유화학 및 공산품 시장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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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유가 하락 |
국제유가 하락에 직격탄을 맞은 정유 업계의 경우만 살펴봐도 일반인들은 유가하락 효과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석유가격 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주유소 일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7일 리터당 1564.04원을 기록해 올 들어 1.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동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46.6달러로 13.1% 내렸다. 국내 휘발유 가격 하락폭이 국제 유가 하락폭의 10분의 1에 그친 것이다.
최근 휘발유 가격 중 세금은 59.8%인 935.07원에 이른다. 교통세가 리터당 529원 부과되고 교육세(교통세의 15%), 주행세(교통세의 26%), 부가가치세 등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석유제품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 인하 없이 유통 마진만 줄여 소비자가를 인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또 석유화학·공산품 시장등 각 산업별로 유가하락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는 한국 경제의 원유 의존도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유가가 제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작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국내 에너지원별 소비량 추이를 보면 1차 에너지원 중 석유제품 비중은 지난 2011년 40%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신한경제연구소는 에너지원 다각화, 연비향상 등으로 인해 한국의 원유도입 물량이 지난 2000년 8억8000 배럴에서 2013년 9억 배럴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원료의 비중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저유가 속에서도 국내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데 대해서도 정유업계는 경기부진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가하락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는 것이다.
유가하락이 본격화된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석유제품 수요는 3억4469만 배럴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11월엔 육상 수송용 석유제품 소비가 전년보다 3.2% 줄어들기도 했다.
건설, 철강, 제지, 식료품 등 대다수 업종에서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한 것 역시 수요 부진으로 공장 가동률을 줄였기 때문이다.
최근 화학섬유 원료의 아웃도어 업계에서도 유가하락 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사례로 관심을 끌었던 바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시장은 석유화학 3차 시장이 아니라 피복을 구매하는 실 소비자들의 트렌드가 반영된 패션 시장”이라며 “소가죽 값의 등락에 따라 루이뷔통 백의 가격을 움직일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