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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준경 정치평론가 |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국회 출석과 관련해 항명 파문을 낳은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를 수리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 항명 파동은 국정의 중심인 청와대의 공직기강 및 시스템의 붕괴가 심각한 수준에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조응천 전 공직기강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의 청와대 기록물 외부 유출로 인해 공직기강 해이와 관련해 엄중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또 터져 나온 민정책임자의 항명사건은 청와대 시스템 및 와해된 공직기강을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는 지경에 직면해 있음을 웅변(雄辯)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집권 3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김영상 문민정부 이후 대부분의 정권들이 집권 3년차에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하고 실패의 길로 접어들었다.
김영삼 정부는 역사 바로 세우기, 금융실명제 등의 강도 높은 개혁으로 한 때 90%를 상회하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94년에 있은 대통령과 이회창 당시 총리와의 갈등과 총리 사퇴, 성수대교 붕괴로 민심이반이 시작되었다. 김영삼 정부는 집권 3년차인 95년 6.27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이틀 후인 6.29일에는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어 민심이 들끓었다. 집권 3년차에 국정동력을 상실한 김영삼 정부는 집권말기 김현철 국정농단과 한보 및 IMF 사태로 재기불능의 국면에서 몰락했다.
김대중 정부는 외한위기 극복과 남북정상회담으로 순항하는 듯 했으나 집권 3년차에 벌어진 정현준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 등 측근비리로 민심이반을 불렀다. 이런 여파로 2000년 4월에 있은 16대 총선에서 참패함으로써 정국의 주도권을 야당에 완전히 넘겨주었다. 이듬해 있은 이용호 게이트와 집권 말년에 일어난 대통령 세 아들의 권력형 비리로 인해 김대중 정부도 실패의 길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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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권 3년차에 접어 든 박근혜 정부가 김영한 전 민정수석 항명 파동으로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뉴시스 |
노무현 정부는 집권 2년차인 2004년의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에 힘입어 과반의석을 확보한 후 승승장구 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국보법 폐지 등 이념 지향적 가치추구와 집권 3년차에 일어난 오일게이트와 김재록 게이트, 행담도 게이트 등으로 레임덕을 가속화시켰다. 노무현 정부는 각종 보선과 2006년 지방 선거 대참패를 당했다. 급기야 2007년 대선에서 야당의 이명박 후보에게 500만 표차로 패함으로써 정권 실패의 화룡점점(畵龍點睛)을 찍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 쇠고기 파동과 인사 난맥으로 위기를 맞이했지만 금융위기 극복 및 세일즈 외교로 집권 2년차엔 민심이 안정되어 가는 듯 했다. 그러나 집권 3년차 초기에 일어난 세종시 수정안으로 인한 집권당 내 갈등과 수정안 부결, 4대강 논란 등으로 국정의 동력이 크게 훼손되었다. 이후 터져 나온 측근비리 등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역대 정부가 집권 3년차의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후 쇠락(衰落)의 길로 접어든 역사적 교훈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2년차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로 국정운영에 큰 치질을 빚었다. 그리고 작년 11월말, 표면화된 청와대 권력 갈등설과 문건 유출 파동 건은 진위 여부를 떠나 국민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에 더해 집권 3년차 벽두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막중한 위치에 있는 인사의 항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 유무는 집권 3년차인 올해 국정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금년은 박근혜 대통령이 천명한 경제 살리기와 구조개혁, 통일기반 마련 등 국가도약을 위한 중요한 '골든타임'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 한국경제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할 정도로 엄중한 국면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만성불황의 늪을 빠져 나오기 힘들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12.29일 2014년의 국정과제의 성공유무를 점검하며 ‘경제 살리기’에 올인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전면화를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 노동시장, 공무원연금, 금융부문, 공공기관 등 4대 영역에 걸친 구조개혁 등을 중점적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을 누차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호’의 선장이고 청와대는 대한민국호의 함선이다. 청와대 직원들은 선장인 대통령의 지휘아래 ‘대한민국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아야 할 조타수들이다. 이와 같이 중차대한 함선에 균열이 일어났고 그 선원인 구성원들의 기강 해이는 극에 달해있다. 조응천·박관천의 청와대 기밀유출과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 파동은 ‘대한민국호’의 선장인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큰 흠집을 남겼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현실을 명확하게 직시해야 한다. 구멍 난 현 청와대 함선과 기강해이의 극점에 서 있는 휘하 현 선원들로 국정 3년차의 중차대한 국정화물을 싣고 ‘대한민국호’를 운영하는 것은 일대 모험이다. 청와대의 공직기강 해이는 공직사회 전체의 기강해이로 연결된다. 박 대통령은 제갈공명이 읍참마속(泣斬馬謖)할 수밖에 없었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청와대 시스템과 인적 쇄신이 필요한 이유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나아가 대한민국의 성쇠(盛衰) 유무는 집권 3년차인 금년의 골든타임 운영 여부에 달려있다. 박 대통령의 발상의 대전환, 냉철한 판단·결정으로 집권 3년차의 드높은 파고를 넘어 ‘대한민국호’가 본궤도 속에 순항하길 고대한다. /성준경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