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일부 직원들의 투기성 부동산 매입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공정이 파괴되는 또 다른 현장을 목도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상실감이 극에 달하고 있고, 그런데 LH 투기 의혹 파문은 사전에 방지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진즉 입법됐더라면 공직자들에 의해 공정이 깨지는 ‘배신의 시대’는 방지됐을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본보는 지난 19대 국회부터 국회에 발의만 되면 제대로 논의도 해보지 못하고 폐기됐던 이해충돌방지법에 관한 연속 기획 기사를 마련했다.
시리즈 순서 : ① 제3자·친척까지 막으려면 ② 미공개 정보 제한이 핵심 ③ 9년 묵은 이해충돌방지법, 입법까지 첩첩산중 ④ 입법 방치한 건 국회의원 자신들 ⑤ 국민권익위 복안은 ⑥ 전문성과 이해충돌 사이에서 ⑦ 결국 국회의 '추악한 민낯' 드러낸 입법 장난 [편집자 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공직자의 부동산 불법 투기' 사태를 계기로 논의되어 온 이해충돌방지법 입법이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아직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정무위원회 소위에서 논의 중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자신이나 특정단체의 이익을 대변할 우려를 사전에 불식할 묘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역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 일부의 경우, 관련 전문가를 해당 상임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선 선출직의 특수성 때문이다. 지방자치 단위로 선출된 시의회·도의회 의원의 경우, 일부 비례대표를 비롯해 의원들 모두 지역 주민을 대표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공약을 최대한 이행하는 것은 그들의 약속이자 의무다. 모든 직종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직업윤리다.
국가를 대표하는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헌법 의무를 준수하면서 각자가 자신의 재선을 위해 최선의 입법활동을 펼친다. 지역구 의원이냐, 비례 의원이냐에 따라 다른 행태를 보이지만 각 지역구나 직능·이익단체·시민단체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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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본회의장 전경. /사진=미디어펜 |
선출직 모두 공식적으로 정치후원금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는 최근 보궐선거를 치르는 서울시장 등 전국의 광역단체장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자신의 지역구는 거의 모든 것과 이해충돌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결국 의정활동, 정책 및 입법활동에서 전문성과 이해충돌 개념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구체적으로는 지역구 의원의 의정활동에서 공익과 사익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경우, 대부분의 법사위원이 법조인 출신으로 이해충돌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자신의 전문성을 내걸고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된 사람이 정작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는 동떨어진 국회 상임위에 가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이해충돌만을 앞세우면 선출직이 갖고 있는 고유의 전문성은 죽을 수밖에 없다.
이해충돌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이들을 대의제 민주주의 하에서 대표자로 선출한 국민이 장기적인 피해를 입는 결과를 낳는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는 재산·사적 이해관계 등 선출직 공직자의 이해충돌 관련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고 언론과 시민들의 감시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앞서 논평을 통해 "이해충돌 문제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경계선상에서 윤리, 도덕적 문제에 해당하는 경우도 많아 법만으로 쉽게 막을 수 없는 현실"이라며 "전수조사 등 적극적 조처를 통해 국회의장 차원에서 자체 윤리 규정에 따른 처벌 규정을 만드는 등 법 이전에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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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3월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직유관단체 대상 2021년 반부패 청렴정책 추진지침 전달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민권익위원회 제공 |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월간 참여사회에 글을 기고해 "특정 상임위에 이해관계를 가질만한 가능성이 있는 국회의원을 모조리 배제해버리면 비전문가의 감독을 받는 직업공무원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 교수는 "여기에서 중요한 건 정보공개의 목록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의원 본인에게 등록의무를 부과하며 의회가 주체가 되어 정보공개 및 관리의 책임을 지게 만드는 것"이라며 "사전 정보공개와 이해충돌회피 의무를 부과하고 불이행시 법적 제재방안을 법률에 명시함으로써 가능성 자체를 줄여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공직자들은 1년에 단 한차례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재산공개의 의무만 진다. 다른 정보의 관리 및 공개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한 관리 의무와 공개책임을 법적으로 지운다면, 선출직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이해충돌을 최소화하는 방향이 가능하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이달 중 본회의를 한 차례 더 갖고 이해충돌방지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 관련 정보 공개의 의무와 관리 책임까지 명시하는 보완입법이 이루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