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O연구소, 지난해 임직원 연봉 1억 넘는 기업 조사
임직원 연봉 13% 뛸 때 고용은 1%대 증가…고임금 저고용 현상 심화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코로나19 악재 속에서 지난해 임직원에게 억대 연봉을 준 기업이 70곳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고경영자(CEO) 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일반 직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은 ‘2020년 임직원 연간 평균 급여 1억 원 넘는 기업 현황’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조사 기업은 2020년 사업보고서(12월 결산법인 기준)를 제출한 상장사 1700여 곳이다. SK에너지 등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일부 비상장 기업도 조사 범위에 포함됐다. 조사 대상은 CEO급 등기임원을 제외한 미등기임원(임원)과 부장급 이하 직원(일반 직원)으로 구분했고, 1인당 연간 평균 급여(연봉)는 해당 그룹별 인건비 총액을 전체 고용 인원으로 나눈 값으로 계산했다.

   

지난해 국내 기업 중 미등기임원과 일반 직원을 합친 임직원의 1인 연간 급여가 1억원 넘는 기업은 68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지난 2019년에도 연봉 1억 클럽에 가입했던 곳은 52곳이었다. 16곳은 지난해 억대 연봉 반열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연봉 1억 클럽 가입 기업 수는 2019년 대비 2020년에 30% 이상 급증했다. 네이버, 스튜디오드래곤, 엔씨소프트, 금호석유화학, 키움증권 등이 작년에 연봉 1억 클럽에 신규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연봉 1억 클럽에 가입한 68곳의 총 임직원 인건비 규모는 23조7669억원이었다. 이는 전년도 20조6711억 원보다 3조원(15%↑) 넘게 증가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임직원 수는 19만4833명에서 19만8322명으로 3489명(1.8%↑) 늘었다. 인건비 규모가 15% 정도 많아질 때 고용은 1%대 증가에 그쳤다.

조사 대상 68개 기업의 2019년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609만원이었는데 2020년에는 1억1984만원으로 평균 1374만원 정도씩 급여 지갑이 두둑해졌다. 연봉 상승률도 13% 수준으로 인건비 증가분만큼 올랐다. 지난해 한해 대다수 기업들이 코로나로 불황과 구조조정 등을 단행할 때 억대 연봉을 주는 기업들은 코로나 특수를 누린 셈이다.

지난해 임직원 연봉이 2억원 넘는 곳도 5곳이나 등장했다. 이중 1위 CJ(4억9407만 원), 2위 오리온홀딩스(3억2380만 원)로 조사됐다. CJ와 오리온홀딩스 임직원 연봉이 높은 배경에는 미등기임원으로 재직중인 오너 연봉 비중이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DSC인베스트먼트(2억2133만원)와 셀트리온헬스케어(2억1402만원), 부국증권(2억641만원) 도 지난해 임직원 평균 연봉 2억원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사업보고서에 임직원 평균 급여액을 1억9000만 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288억원이 넘는 총 인건비를 135명으로 나눈 실제 평균 금액을 계산해보면 2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매출 1위 기업 삼성전자(1억2656만원)는 68곳 중 임직원 연봉 순위 26번째였다. 이외 제조·서비스업 관련 회사 중에서는 비상장회사인 △SK에너지(1억2116만원, 34위) △SK텔레콤(1억2101만원, 35위) △씨젠(1억1459만원, 41위) △SK인천석유화학(1억1320만원, 43위) △SBS(1억1040만원, 46위) △S-Oil(1억923만원, 48위) △대한유화(1억806만 원, 50위) 등이 50위 안에 들었다.

지난해는 CEO 보다 많은 보수를 받은 직원도 다수 나왔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최고 연봉 주인공은 유지훈 부장으로 16억5000만원을 받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이경범 차장이 지난해 59억6300만원으로 셀트리온 창업주 서정진 명예회장이 같은 회사에서 받은 37억5600만원 보다 20억원 이상 많았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앞으로  CEO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직원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국내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체에서 임직원 임금을 지속적으로 높이게 되면 장기적으로 인건비가 증가해 회사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코로나 이후 제조업체는 임금 상승에 따른 부담감으로 자동화 시스템 도입 등을 더욱 가속화해 고용은 크게 늘지 않고 임금만 올라가는 고임금 저고용 구조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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