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시흥농협 준조합원‧비조합원 대출 각자 2배 이상 급증
부천 대장지구 원종동 일대 토지도 지역농협 무더기 대출 승인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토교통부의 3기 신도시 지정을 앞두고 대규모로 농지를 매입해 논란이 된 LH직원들의 투기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이들의 투자 재원을 대준 지역농협들이 특별한 검증조차 거치지 않고 대출을 일으켜준 정황들이 포착돼 논란이 예상된다. 한 지역농협에서는 국토부의 3기 신도시 선정일을 전후로 대출규모가 극명하게 나뉘었다.

   
▲ 농협중앙회 사옥 전경/ 사진=농협금융지주 제공


1일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실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LH사태에 많은 대출금을 대준 북시흥농협은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북시흥농협은 지난달 14일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택지지구를 영업구역으로 둔 지역농협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역농협은 농협이 위치한 시‧군‧구 단위의 토지에 대해서만 대출을 일으킬 수 있다. 

북시흥농협은 토지담보대출로 지난해 956억원을 일으켜 1년 전 589억원 대비 62.3% 늘렸다. 5개년을 놓고 보면 2016년 551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 691억원까지 올랐지만 이듬해 589억원으로 줄어 500억~600억 수준을 나타냈다. 

이번 사태에서 LH직원들은 대출로 농지를 취득한 후 조합원 자격을 얻은 이른바 ‘가짜 농민’이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3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LH직원 12명 중 9명이 이러한 부정적인 방법으로 조합원 자격을 얻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북시흥농협 조합원, 준조합원, 비조합원 대상 5개년 대출실적 현황 /자료=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실 제공


특히 준조합원과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대출을 내준 것도 논란이다. 준조합원과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내준 대출액은 지난해 각각 211억원 513억원으로 1년 전에 견줘 각각 133억원 264억원 급증했다. 평년대비 대출실적이 약 2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준조합원은 농업협동조합법의 지역농협 정관에 따라 지역농협이 위치한 지역에 거주지를 등록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농업에 종사하지 않아도 지역 거주자는 일정 대출요건을 갖추면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부천대장지구 일대 토지는 지역농협이 특정 일에 무더기로 대출을 승인해줘 눈길을 끈다. 대장지구 토지대출은 오정농협이 맡고 있다. 이 지역 5개년 토지담보대출 실적은 383명, 758억600만원이다. 

   
▲ 대장지구 원종동 항공 위성사진. 붉은 테두리 내부를 살펴보면 주택지구와 농지로 구분된다. /사진=구글맵스 캡처

특히 대장지구에 위치한 원종동의 실적만 놓고 살펴보면 지난 2019년 96건‧138억5300만원의 대출이 집행돼 실적이 급격히 불어났다. 2018년은 11건‧42억6600만원, 2020년은 5건‧3억4400만원에 불과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5월27일 광명학온지구와 함께 부천대장지구를 3기 신도시로 선정했다. 신도시 선정시기를 전후로 대출실적이 극명하게 갈린 것으로 추정된다. 

건당 평균 대출규모는 지난 2016년이 가장 많았다. 이 시기에는 15명이 대출을 신청했으며 총 103억8300만원이 빠져나갔다.

토지투자가 특정시기에 급증한 건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LH가 감정평가를 거쳐 토지주를 대상으로 보상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 상에서는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 외에도 과천지구 등의 토지주 토지보상 문제를 두고 보상금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들이 공유되고 있다. 

   
▲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은 북시흥농협 외 3기신도시로 문제를 일으킨 지역농협의 토지담보대출 실적을 공개했다. 자료는 대장지구 원종동의 대출 5개년 실적을 자체 발췌함. /자료=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실 제공

과천지구의 경우 LH가 지난해 12월까지 보상하겠다고 밝힌 탓에 토지주들의 배상요구가 강한 모습이다. 특히 LH가 최근 토지 공시지가 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채 평당 가격을 제시하고 있어 토지주와의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대출 실행지와 채무자 주소가 일치하지 않는 원정 투기꾼 대출이 전체의 34%나 된다”며 “시중은행은 농지 담보 대출을 안 하는데 농협만 해준다. 농민들 자금으로 투기꾼에 먹잇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농민들의 자금을 관리하는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이 시세차익과 보상금만 노리는 LH직원과 외지인 등 투기꾼에게 판돈을 내주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금융당국은 북시흥농협을 전방위적으로 검사하는 한편, ‘부동산 투기 특별 금융대응반’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 발표안에 따라, 당국은 이미 취급된 대출 중 투기혐의가 의심되면 특별 현장검사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금감원은 직원 3명을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에 파견해 북시흥농협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금융당국은 향후 신설될 부동산거래분석원과 공조해 의심거래가 급증하는 지역과 금융회사에 대해 중간점검에 나선다. 또 농지법 위반 등에 해당되는 투기관련자 대출은 회수하는 한편,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도 정비할 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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