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성금 97억원 중 후원은 12억원에 불과

대한적십자사가 지난 1월 발생한 아이티 대지진의 피해자 구호를 위해 긴급 구호성금 97억원을 모았지만 이 중 66억원을 1년 만기 ‘두루두루 정기예금’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지진 발생 이후 9개월이나 지났지만 지금까지 쓴 돈은 12억원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국제적십자사 연맹을 통한 지원 6억7500만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의료진 운영비로 쓰여 아이티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된 돈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명순 의원(한나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티 성금은 지금까지 국제적십자사 의료단 항공료로 2억원, 의료단 운영비 8300만원, 긴급물자 수송비로 1억6500만원, 국제적십자사 연맹을 통한 지원 6억7500만원 등으로 총 12억1180만원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적십자사는 또 지난 4월 두 개의 계좌에 각 33억원씩 총 66억원을 연리 2.6%짜리 정기예금에 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적십자사가 국내에서 아이티 관련 업무를 진행하며 들어가는 돈은 지금도 아이티 성금계좌에서 뽑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은 “성금이 거의 집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아이티 구호관련 현수막 제작만 일곱 번, 홍보용 보드판 제작 20개, 적십자 로고가 박힌 활동복 제작에 3000만원이 들어갔다”며 “한국에서 하는 업무는 성금계좌가 아닌 적십자사 자체 자금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강 의원은 또 “구호팀이 아이티에 들어가기 전 머물렀던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국민이 모아준 성금으로 고급호텔을 이용했고, 한 한국식당에서는 1만원짜리 소주 6병까지 마셨다”며 “구호성금 사용에 신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국감 답변을 통해 “중국 지진이나 쓰나미와 같은 경우에도 최대의 효용을 내기 위해 구호자금을 3~4년에 나눠 쓰고 있다”며 “정기예금을 한 것은 조금이라도 이자를 불리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