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개봉 예정…'영화판의 정치화' 질곡 끊는 선물 기대

   
▲ 이원우 기자
2013년의 첫 1000만 돌파 영화는 ‘7번방의 선물’이었다. 아빠가 수감된 교도소 안팎을 귀여운 꼬마아이가 넘나든다는 설정의 ‘영화다운’ 영화였다.

장점만 있었던 건 아니다. 경찰로 대표되는 일단의 권력을 무자비한 악(惡)으로만 묘사한 점, 여섯 살 아이의 지능을 갖고 있는 주인공 이용구를 국가권력이 사형시킨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에선 선을 넘었다. 정도를 넘어선 가학적 휴머니즘과 ‘언더 도그마’의 서글픈 쌍곡선이었다.

2014년에는 문제가 좀 더 심각해졌다. 작년의 첫 1000만 돌파 영화는 ‘변호인’이었다. 통상 대선이 치러지는 12월19일에 맞춰 딱 하루 전에 개봉한 것부터가 정치적인 작품이었다. 잘 알려진 대로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는 노무현 前대통령을 모델로 한 인물이었다. 주인공에 대한 약간의 재해석까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영화 속 소재로 다뤄지는 부림사건에 대한 거의 완벽한 역사 왜곡이다.

부림사건에 시대의 비극이 묻어 있다 한들 영화 속 ‘국밥집 아들들’이 그 시절 공산주의 혁명을 추구했다는 사실(史實)은 변하지 않는다. 주인공 송우석의 모델이 노무현임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이 영화를 본 1000만 명 넘는 관객들은 부림사건 관련자들의 민낯을 목도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2015년. 올해의 첫 1000만 돌파 영화는 ‘국제시장’이다. 셋 중 가장 탈(脫) 정치적인 작품이다. 권력-비권력의 이분법은 나오지 않는다. 그냥 ‘그 시절’에 태어난 주인공이 난관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 시절의 가난이, 그 시절의 상황이, 흥남철수를 비롯한 그 시절의 사건들이 워낙 극적이었던 탓에 관객들을 움직일 수 있었다.

세상에 대한 삐딱한 마인드 없이도 얼마든지 흥행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는 것만으로 ‘국제시장’은 긍정 받기에 충분하다. 올해의 영화계는 좀 색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는 것일까.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오는 것일까.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바라보니 올해 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NLL 연평해전’이 달리 보인다.

   
▲ 영화 'NLL 연평해전' /사진=뉴시스
제작사 로제타시네마에 따르면 우여곡절이 많았던 영화 ‘NLL 연평해전’의 촬영은 성공적으로 종료됐다. 몇 가지 추가 촬영만을 앞둔 상황. 그간 촬영 중단과 출연자 교체 등 우여곡절도 참 많았지만 이젠 6월 개봉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국제시장’이 그랬듯 ‘NLL 연평해전’ 또한 탈정치적인 영화였으면 좋겠다. ‘좌파영화’ ‘우파영화’라는 프레임 없이 내용으로만 승부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2002년 6월29일, 월드컵 3-4위전이 치러지던 그날 서해 NLL에서 있었던 북한의 기습공격으로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참수리급 357호정이 침몰하는 휴전 이후 최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민들 대다수의 뇌리에서 응분의 영역을 확보하지 못한 이 사건 속의 개개인들을 담담하게 조망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은 이미 ‘영화적’이다.

어떤 때는 현실이 영화보다 훨씬 드라마틱하다. 그 현실 앞에 카메라 한 대를 돌려놓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지곤 한다. 올해 6월 ‘NLL 연평해전’은 13년 전 ‘6월의 비극’에 새로운 호흡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영화로 정치하려는 사람들이 다수를 점한 대한민국 영화판의 슬픈 질곡에도 드라마틱한 전환이 필요하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