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기회복 지나친 낙관…출점 제한·영업 규제 등 풀어야

경제 문제에 집중한 2015 신년기자회견

   
▲ 박종운 미디어펜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이 1월 12일 월요일에 신년기자회견을 하였다. 그 중에 상당 부분이 경제에 할애되었다. 전체 연설 26분 중 18분(70%)을 경제에 할애하였고, 경제라는 단어도 42번이나 반복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출액과 무역흑자, 무역 규모가 사상최대를 기록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2년 연속 달성”했음에도, “경기회복의 온기가 … 고루 퍼져나가지 못한” 이유를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따라 경제개혁을 하겠다고 하였다.

첫째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을 중심으로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둘째로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창조경제를 전국 전 산업으로 확산시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셋째로 내수확대를 통해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루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 강력한 규제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개혁 방향이 잘 잡혀 있는 듯하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반드시 후하게만은 볼 수 없는 몇몇 문제들이 있다.

몇 가지 우려들

우선 경기회복이라는 대통령의 경제상황 판단에 과도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리플 크라운은 일부 경쟁력 있는 수출기업들의 경우에 해당되고, 그 기업의 실적을 제외하면 상당히 저조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조선산업 및 석유화학산업에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태이고, 연관된 전후방 산업에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진국 단계에 들어서면서 늘 거론되어온 문제이긴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이 중국 동남아 등에 따라잡히면서 선단식 수출 경제의 허리가 약해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해야만 대통령부터 각오를 새롭게 하고, 위기 국면돌파를 함께 해나갈 수 있다. 다음으로 온기가 퍼져나가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기업환경의 역동적 변화에 맞추어 전후방연관효과들이 계속 새로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여기에 신경을 집중하도록 해야 변화된 환경을 잘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신축적 변화를 ‘신종 관치경제’의 대두가 가로막고 있다.

예컨대 신규 투자에 신경을 쏟고 그와 연관되어 새로운 전후방연관효과 창출에 쏟아도 모자랄 시간에, (대만은 10%인데, 우리나라는 50%에 달하는) 과도한 상속세, 그리고 그 위에 순환출자 금지 및 순환출자 고리의 해소, 내부자거래의 제한 등등 때문에, 기존 기업의 지분률 조정 혹은 이합집산에 쏟는 정력낭비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내부자거래 제한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기술비밀 혹은 거래안정성 등 사유로 외주거래를 늘리지 못하고) 단지 회사지분률만 낮추는 ‘블록딜’을 검토하고 실행하는 일이 일어났는데, 이것도 ‘신종 관치경제’ 정부간섭주의 때문에 생긴 예기치 않았던 장면이다.

세 번째로 구조개혁, 창조경제, 규제개혁이라는 경제혁신 방안이 말과 행동이 각각 따로 노는 느낌이다. 분명 “규제개혁은 경제의 중심을 정부에서 민간으로 옮기는 핵심”임을 옳게 적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루어졌던 ‘박근혜표 신종 관치경제’의 폐기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다. 멀리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은 본인의 대통령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75%부유세 법안을 폐기하였다. 그만큼 용기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순환출자 금지, 내부자거래금지, 유통산업발전법, 단말기유통법, 도서정가제 등 ‘박근혜표 신종 관치경제’는 전혀 폐기되지 않고 있음은 물론, 대통령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냄새조차도 맡을 수 없다. ‘경제민주화’의 본 뜻은 소비자가 주인인 시장에 맡기는 것이고, 민간이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게서 ‘신종 관치경제’의 포기라는 그런 문제의식의 낌새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하는 데에 대해서는 기대가 크기도 하지만, 과연 일관되게 잘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약간은 생긴다.

   
▲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취임 후 두 번째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3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창조경제는 장밋빛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창조적 파괴에 포용적이어야만 가능하다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말한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 개혁이 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많은 진통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규제개혁 까지 하면 정말로 많은 노력이 기울여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했어야 할 또 하나는 그런 구체적 개혁방안 외에도,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우후죽순 격으로 일어나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포용적이어야 한다는 점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냈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반개혁방안들이 오히려 득세를 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그간 창조적 파괴에 대해서 포용적이지 못했다. 소비자의 선택이 상황을 만들어냈음에도 정치세력화의 일시적 우열에 따라서 포용적이지 못한 제도가 양산되었기 때문이다.

대런 아제몰루(Daron Acemoglu)와 로빈슨(Robinson) 교수는 “창조적 파괴에 대한 공포는 흔히 경제적 정치적 제도의 포용성에 반대하는 근원이다. … 경제성장은 단지 기계가 더 많고 더 좋게 되는 과정 그리고 사람들이 더 많이 더 좋게 교육을 받는 과정 뿐만이 아니라, 창조적 파괴가 널리 퍼져가면서 변동이 일어나고 불안정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성장은 경제적 특권들이 상실될 것을 예상하는 경제적 패배자들이 그리고 정치적 힘이 뿌리뽑힐 것을 두려워하는 정치적 패배자들이 방해하지 않는 한에서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민족들이 실패하고 성공하는 이유는?(Why nations fail)>>, pp.99-100)고 했다. 시대착오적 러다이트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면, 이처럼 창조적 파괴를 감내해야 한다는, 그리고 그 고통을 소비자에 대한 새로운 봉사 기회의 창출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국민적 긍정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그간 파리바게트라는 창조적 빵집이 등장해서 동네빵집이 죽어간다고 하자 출점제한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파리바게트를 잘되게 하고 동네빵집이 어려워지게 한 것은 인근의 주민들의 선택이었다. (2000년대 현대화 시장인) 대형마트가 등장해서 (1970-80년대 현대화 시장이었던) 재래시장을 어렵게 한다고 하자,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서 영업시간제한을 해버렸다.

그러나 대형마트를 잘 되게 한 것은 인근에 사는 주민들인 소비자들이었다. 그랬기에 규제에도 불구하고 비록 불편하긴 했지만 냉장고와 자동차가 있기에 소비자들은 그 불편을 이겨냈다. 그래서 재래시장의 사정이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신선 농수산식품을 납품하는 농어민들만 휴업일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제 광명시에 이케아라는 가구점이 들어오자 다시 휴업일을 강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모든 정치적 움직임들이 창조적 파괴를 방해하는 것이고,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일들임을 알아야 한다. 소비자의 사랑과 선택을 잃었기에 파괴당하는 쪽이야 아픈 것은 사실이지만, 그럴수록 소비자의 사랑을 찾는 방법을 강구해야지, 소비자에게 불편을 주며 대들어서는 안된다.

해외직접구매에 장애로 되었던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브X 문제도 (회사가 보안 책임을 져야 할 문제를 어처구니없게도 인터넷을 통한 구매행위를 하는 소비자에게 전가시킴으로써) 그랬었지만, 최근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핀테크(Finance + Technology)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산업자본 은행자본의 금산분리 구조가 스마트폰 결제라는 새로운 방식에 의해서 깨어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 은행에 의해서도 깨어질 수밖에 없다. 창조적 파괴를 용인하지 않고, 기존의 방식대로 안주한다면 핀테크에서도 우리 대한민국은 국제표준에 뒤지는 후진국이 될 수밖에 없다. “산업화 시대에는 뒤졌지만, 정보화시대에는 앞서가자”던 구호가 무색해지고 있다.

이 외에도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쓸모없게 된 많은 산업들의 아우성이 있을 것이다. 실업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그 아우성을 현명하게 가려들어야 한다. 그 대응조치조차도, 제도의 포용성에 족쇄를 채움으로써가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소비자가 편하다면 소비자의 뜻에 따르는 마음의 전환을 하는 쪽으로 가면서 강구해야 한다.

더 싸고 더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원하는 대다수의 소비자가 실은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이지 않은가? 따라서 창조적 파괴에 포용적일 때, 바로 신종 산업 내지 서비스가 새로 생겨날 수 있다. 그래서 실업이 해소될 수 있다. 이러한 국민적 인식의 공감대가 있다면,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갈등을 최소화시키면서 경제를 성장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더욱 확실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절감성, 효율향상성 개혁도 물론이지만, 창조적 파괴의 포용이라는 국민정신 대각성 운동 속에서 규제철폐를 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박종운 시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