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김치 남겨”...인천 어린이집 교사 네 살배기 폭행으로 본 실상
   
▲ 이은경 사회복지법인 큰하늘 어린이집 출연자

표나지 않게 머리 때리라고 가르치는 어린이집 원장

통상 어린이집 보육 시간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다. 12시간. 지금은 시간 연장 보육이라는 제도가 생겨 아이들이 밤 10시까지 어린이집에 머물 수 있다. 실제 저녁 시간에는 보육 프로그램이 없다. 야간 선생님이 같이 데리고 있으면서 저녁 먹고 같이 TV 보는 게 전부다.

어느 선생님이 들려준 어린이집 이야기를 소개해보려 한다.

선생님이 근무하던 어린이집은 시간 연장 보육이라는 제도가 없을 때도 아이들을 밤 10시까지 보육하거나 데리고 잤다. 아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을 데리고 있고 주말이 되면 엄마가 데리러 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가끔 주말에 부모가 오지 않으면 주일날 데리고 교회 예배도 드렸다. 밤에 장사를 해야 하는 가정의 아이들과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을 주로 보육했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퇴근하고 나면 3층 원장 집에서 지낸다. 원장은 아이들에게는 거실에 있으라고 하고 자기 자식부터 저녁을 먹였다. 아이들이 배가 고파 물끄러미 바라보면 거실에 가서 앉아 있으라고 소리를 쳤다. 아이들은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기도 하는데, 그러면 저녁을 굶고 자게 된다.

   
▲ 2014년 7월 29일, 부산 기장군의 한 대형 유치원에서 아동학대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이사장이 증거 인멸을 하려고 한 사실이 밝혀져 공분을 사고 있다. 사진은 부산 유치원의 CCTV영상. /사진=MBN 뉴스 캡처 

원장 아이들과 같은 또래다 보니 다툼이 자주 일어나곤 했는데, 그럴 때면 원장이 돌보는 아이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그러면 원장의 자녀가 따라서 그 아이의 머리를 한 대 친다. 그럼 맞은 아이가 원장의 아이를 때린다. 그러면 원장은 어디 누굴 때리느냐고 아이의 머리를 서너 차례 더 때린다. 그러면 돌보는 아이는 큰 소리로 운다.

원장의 남편이 퇴근해서 들어오다 그 광경을 목격하면 “집구석에 들어오고 싶지 않게 만든다”고 버럭 화를 내고 양복 윗도리를 거실에 던진다. 그러면 겁에 잔뜩 질린 아이는 울음을 뚝 그친다. 이 때 원장의 자녀가 자기가 때린 것은 말하지 않고 맞은 것만 고자질한다. 그러면 그 원장 남편이 돌보는 아이의 뺨을 후려친다.

원장은 말리기는커녕 이렇게 말한다. “머리 때려. 머리카락이 있어서 표시 안 나. 얼굴 때리면 멍들고 자국 남아. 그러면 교사도 눈치채고 애 엄마가 알아챈단 말이야.”

믿기 힘들겠지만 이게 현실이다. 머리를 맞은 그 아이들은 이제 성인이 되었겠지만 그 가슴에 있는 멍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아이 마음에 멍들게 한 그 원장 부부가 아직도 어린이집을 운영하는지 궁금하다.

   
▲ “왜 김치 남겨”... 인천 어린이집 교사가 네 살배기 유아를 폭행하는 영상 모습. /사진=KBS 뉴스 캡처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원장이 폭행을 하는데 방관자가 되어선 안 된다. 교사, 즉 어린이집 보육교직원은 아동복지법 제 25조의 규정에 의한 신고의무자로서 직무상 아동학대를 알게 된 경우 즉시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300만 원 이하가 부과된다. 과태료 때문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눈앞에서 아이가 폭행을 당하는데 침묵하는 것은 교사 이전에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영유아 학대뿐 아니라 부모의 아동학대까지도 교사가 제일 잘 안다. 아이의 신체 변화는 하루 종일 같이 있는 교사가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다. 상대가 원장이 되었든 부모가 되었든 영유아 폭행에 대해선 어린이집 교사들이 파수꾼이 되어주어야 한다. 머리를 때려야 머리카락에 가려 표시도 안 나고 피멍이 들어도 모른다는 이런 어린이집 원장이 있는 한 교사들의 용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린이집을 그만둔 교사의 제보다.

『 생후 9개월 된 아이가 계속 울었다. 신입 교사는 아이를 업어도 보고 안아도 보고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땀을 뻘뻘 흘렸다. 그 때 낮잠을 한숨 자다 아이 울음소리에 잠을 깬 원장이 화를 내면서 가제수건을 아이 입에다 쑤셔 넣었다. 입 안 가득 가제수건이 들어가니 아이는 파랗게 질렸고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교사는 놀란 아이를 안고 입에 들어간 가제수건을 꺼냈다. 아이는 더 이상 울지는 않았지만 울먹거렸고 잔득 겁에 질린 상태였다. 원장은 아이가 우는 소리가 밖으로 나가면 저 어린이집은 왜 저렇게 아이를 울리느냐고 소문나서 원아 모집이 안 된다고 책망하였다. 그러고는 “우는 아이를 언제 어르고 달래서 그치게 하느냐”고 타박을 준 다음 “이런 것도 노하우니 배워 나중에 써먹으라”고 했다.

그 이후에도 원장은 자신의 잔인한 노하우를 종종 과시하곤 했다. 우는 아이를 빈방에 가두고 20~30분씩 방치했는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아 문을 열어보면 아이는 울다가 잠이 들어 있었다. 또 흰 우유를 먹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가 있으면 아이를 붙잡고 우유를 먹으라고 소리를 치거나 윽박질렀다. 그래도 안 먹으면 안고 입에다 흰 우유를 들이부었다.

이때도 원장은 “아이가 우유를 안 먹어 살이 빠지면 부모들이 항의하고 구청에 민원을 내기 때문에 나부터 살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울거나 떼를 쓰거나 우유를 안 먹으면 원장은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아이들만 겁에 질리는 것이 아니고 근무하는 교사들조차 겁에 질려 근무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교사가 그만두겠다고 사직서를 내니 일 년도 안 채우고 그만두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둥, 다른 어린이집에서 일하지 못하게 막겠다는 둥 막말을 하며 악을 썼다. 교사는 자신이 어린이집에 근무를 하고 못하고 문제보다 아이들이 당하고 있는 사실을 부모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퇴근 후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일을 다 전하고 그 부모는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경찰에 제출하였다. 』

울거나 우유를 먹지 않는다고 영유아들을 학대, 폭행한 원장은 검찰로 넘겨졌고 교사들의 일관된 증언이 증거가 되어 그 원장은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다.

이렇게 교사 한 명의 용기로 피해 영유아들을 구할 수도 있지만, 교사 한 명의 침묵이나 방관으로 학대 행위가 은폐되기도 한다. 돈에 혈안이 된 원장들이 이성을 잃고 말 못하는 아이들을 학대, 폭행하고 있다. 그런 원장이야 처벌받아 형무소를 가든 과징금을 내든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가 되겠지만 상처받은 아이들은 누가 치유해줄 것인가? 이러한 기억이 먼 훗날 아이들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은경 사회복지법인 큰하늘 어린이집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