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시 공공주도 사업 동력 잃을 우려 나와
[미디어펜=이동은 기자]민간 주도의 주택공급 활성화를 약속한 오세훈 서울시장 등장에 정부의 공공주도 공급 계획이 표류할 위기에 놓였다. 민간 재개발·재건축이 큰 호응을 얻을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정책이 동력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이 당선되면서 민간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동시에 공공 주도 정비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공공’ 주도에 맞춰져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대신 용적률 상향, 분양가상한제 적용 면제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정부의 공급목표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9만3000가구 △공공재건축 사업 5만가구 △공공재개발 4만가구 등이다. 민간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집값 상승을 우려해 반대하며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분양권 2년 거주의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각종 규제를 만들었다. 

반면 오 시장은 ‘스피드 주택공급’을 내세우며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35층 층수 제한,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해 향후 5년간 18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의 공약대로 정비사업 관련 규제들이 완화돼 사업성이 개선될 경우, 주민들 입장에서도 공공주도 사업에 참여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오 시장을 의식했는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주택공급은 후보지 선정, 지구 지정 등 행정 절차상 중앙정부, 지자체가 단독으로 할 수 없다”며 “여야를 떠나 부동산 시장 안정과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지향점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2·4대책 등 정부의 주택공급대책도 일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충돌할 경우 시장에서는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벌써 재건축 추진 단지 집값은 들썩이고 있으며, 공공정비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사업지들에서도 관련 규제가 완화될 경우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주택공급 의지가 분명하다는 시그널을 지속해서 보내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공공주도 사업의 실현 가능성은 낮고 오 시장 당선도 공공 정비사업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결국 공공주도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당 사업지의 주민들에게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 설득할 수 있는 성공사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사업궤도에 올라선 공공주도 사업장이 이른 시일 내에 가시화돼야 한다”며 “현재 공공정비사업에서 제시된 인센티브는 추상적이고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에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보상책을 상향 조정하고 세부내용을 더욱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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