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경 사회복지법인 큰하늘 어린이집 출연자

아이를 골방에 가두는 어린이집

아침 출근길, 출근은 해야 하는데 아이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운다. 선생님한테 가지 않고 자지러지게 울며 매달린다. 난감한 워킹맘은 지각을 좀 하더라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두고 가야만 한다.

원장하고 상담을 해도 “엄마랑 헤어질 때만 잠깐 울지 이내 그친다”고 걱정 말고 가라고 한다. 선생님한테 별도로 용돈을 주면서 아이를 부탁하고 돌아선다.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떼어놓고도 뒤돌아보면 아이가 더 울까 봐 후다닥 어린이집을 나온다.

근 일주일을 아이와 아침마다 똑같은 씨름을 한다. 전달 수첩에는 언제나 하루 종일 잘 지낸다고 써있는데 엄마는 마음이 편치가 않다.

어린이집에는 혼자 앉아 생각하는 의자가 있다. 산만하거나 다른 친구를 괴롭히거나 전체 프로그램에서 이탈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를 의자에 앉혀 잠시 행동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 의자는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 옆에 두고 아이가 앉는다.

그런데 일부 어린이집에는 혼자 생각하는 골방도 있다. 다용도실 크기만 한 창고일 수도 있고 교사들 자료를 넣어두는 자료실일 수도 있다. 너무 우는 아이를 그곳에 데려다 놓는 것이다. 일단 교사는 수업을 해야 하니 원장이 우는 아이를 돌본다. 험한 얼굴로 계속 울면 이 방에 혼자 주고 자기는 나가겠다고 겁박을 한다. 불을 끄는 시늉도 한다.

컴컴한 방에 혼자 남을 아이는 울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다. 그러나 그 방에서 나오면 아이는 다시 운다. 엄마 보다 더 좋은 선생님은 없다. 엄마보다 더 좋은 원장은 없다.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 하는 아이가 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아이 하나가 울면 다른 아이들도 따라서 운다. 과자를 주어도 울음을 안 그치고 장난감을 주어도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아이 엄마한테 전화해서 데리고 가도록 해야 한다. 그게 맞다.

그렇게 한다고 아이를 데리러 오는 엄마도 드물지만, 원장은 아이 한 명으로 인해 들어오는 수입이 적게는 30만 원에서 많게는 70만 원에 달하는데 적응을 못한다고 부모에게 보내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아이는 골방에 들어가 혼자 울다 지쳐 잠이 드는 것이다.

다른 친구들 놀이할 때 우는 아이는 자료실이나 다용도실 골방에서 혼자 운다. 잔인한 원장은 아이가 자지러지게 우는데도 버릇을 고친다며 아이 혼자 놔둔 채 방 불을 끄고 문을 잠가버린다. 아이가 숨넘어갈 듯 우니 교사는 안쓰러워 자신이 돌보겠다고 해도 우는 버릇 고쳐놓겠다며 교사는 근처에도 못 가게 한다.

▲ “왜 김치 남겨”... 인천 어린이집 교사가 네 살배기 유아를 폭행하는 영상 모습. 이번 인천 어린이집 사건도 CCTV가 없었더라면 아무도 모르고 지나갔을 일이다. /사진=KBS 뉴스 캡처

아이는 어둡고 무서운 방에서 혼자 울면서 다시는 안 울겠다며 문 열어달라고 애원을 한다. 원장은 다시는 울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아침마다 올 때 울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는다. 울면 엄마가 간 뒤에 이 방에 혼자 두겠다고 하면 아이는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다.

이런 일을 반복적으로 당한 아이들은 체념해버리고 만다. 자신은 울음으로 말을 하지만 엄마는 진실은 모른 채 어린이집에 계속 보내니, 혼자 있는 컴컴한 방에 가기 싫은 아이는 울음을 멈출 수밖에 없다. 그러면 원장은 아이가 적응을 했다고 말하며 엄마를 안심시킨다.

보통 영유아 학대라고 하면 온몸에 멈이 들고 피를 쏟아야 언론을 통해 드러나고 그제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그건 학대에 대해 너무도 관대한 범위다. 어린이집 안에서 소소하게 일어나는 학대는 언론에서 다루지도 않는다.

30센티 자를 세워서 영유아 머리를 내려치거나 수건으로 머리를 때리거나 얼굴을 때리는 일도 서슴지 않고 일어난다. 육중한 어른 손으로 뺨을 때리거나 하는 행위는 안 했다고 하면 끝이다. 멍이 들어 표가 나는 것도 아니고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다 짜고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면, 영유아가 어린이집 가기 싫어서 “어린이집에서 때려요”라고 거짓말하는 거라고 하면 밝혀낼 도리가 없다.

아이가 낮잠을 자기 싫다고 하면 원장이 소리를 지르고 그래도 안 잔다고 하면 때리는 일도 허다한 일이다. 아직 모든 면에서 움직임이 미숙한 영유아를 어른이 밀쳐 보육실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영유아 학대는 어린이집 내부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어린이집에 CCTV가 있어도 꺼놓고 녹화를 안 하면, 고장을 내고 고치지 않으면 설령 신고가 들어가도 말싸움밖에 안 된다.

구청이나 시청에 영유아 학대 관련 문의를 하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듣는다.

답변이 미흡하다 싶어 여성가족부에 문의를 하면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이게 현실이다. 영유아,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가 들어가면 어떤 부서든 바로 접수하여 관할 부처에 넘겨주는 시스템조차도 안 되어 있다.

폭력을 당한 아이들은 영유아들이다. 어떤 폭력을 당했는지 아이의 진술에만 의존하다 보니 재판을 해도 시간만 끌다가 무혐의로 결과가 나오거나 경미한 처벌만 받는다. 폭력에 시달린 영유아만 “낮잠 자자”라는 소리만 들어도 운다. “너 혼자 방에 있어”하면 자지러지게 놀라 운다. 심지어는 발작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아이에게 이러한 증상이 생기는데 원장은 무혐의다. 어린이집에서 폭력 행위가 없었다는 결과가 나오면 부모는 어디다 호소할 곳이 없다.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하고 각 보육시설에 CCTV를 설치하는 일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365도 회전하여 사각지대까지 촬영이 가능한 것으로 설치해야 한다. 폭력행위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매 맞는 영유아는 있는데 폭력을 휘두른 원장은 없다.

여기에는 ‘아이가 맞을 짓을 했다’는 근무자들 전원의 암묵적 동의가 있기 때문이다. 보호받고 양육받을 0세부터 미취학 아동 7세까지 이 영유아들이 원장이나 어른들에게 ‘매 맞을 짓’이라는 건 없다. 지금처럼 가해자와 그 가해자를 제보하지 않는 어린이집 근무자가 존재하는 한, 어린이집 내 영유아 폭력 및 학대를 잡아낼 방법은 CCTV 밖에 없다. /이은경 사회복지법인 큰하늘 어린이집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