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백악관 반도체 회의서 무슨 이야기 했을까
2021-04-13 13:06:37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인텔·TSMC, 애리조나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립 계획
업계, 삼성전자-3개 주정부 인센티브 협상 전망
백악관 회의서도 비슷한 언급 했을 것으로 보기도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미국 백악관이 글로벌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가운데 의견 수렴을 하는데 그쳤다고 선을 그엇다. 그러나 업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회의장에 직접 들어온 만큼 투자에 대한 압박이 작용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백악관 전경./사진=픽사베이


13일 전기·전자업계에 따르면 미 백악관은 현지시간 기준 12일 반도체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로이터통신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글로벌 반도체 칩 품귀 사태 대응 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는 한국·일본·대만 정부와 연계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열렸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바이든 대통령이 국적 불문 '반도체 가치 동맹(AVC)'을 조성해 공급자-수요자를 한자리에 모아 동맹 관계를 만들어주고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원활히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이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미국 정부가 쐐기를 박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도체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한다. 전세계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치는 가운데서도 중국은 주요국 중에서 유일하게 2%대 성장을 하는데 성공했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내 대규모 투자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패트 갤싱어 인텔 대표이사는 지난달 24일 애리조나주에 200억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공언했다. 대만 TSMC 역시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북부에 120억달러를 투입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이와 같은 투자책을 내놓은 만큼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공장 방정식이 복잡하다. 170억달러 수준의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로 세울 계획이나, 애리조나·텍사스·뉴욕 주정부들과 인센티브 수준을 두고 협상 중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텍사스 주정부에 향후 20년간 9억달러에 달하는 재산세 감면 혜택을 제안했다고 보고 있는 만큼 백악관 반도체 화상 회의에서도 이와 비슷한 언급이 있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화상 회의가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른 GM·포드 등 미국 자동차 기업의 생산 중단에서 비롯한 만큼 부족한 차량용 반도체 생산 확대안 등이 논의됐을 것으로 관측한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를 거의 생산하지 않는 삼성전자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량용 반도체는 거의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초미세화 공정을 통해 생산하는 고성능 메모리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 특히 스마트폰·PC·클라우드 서버 등 제품 교체 주기가 짧은 IT 기기에 주로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와는 다르게 차량용은 최장 10년 이상 운행하는 자동차에 탑재된다. 이처럼 제품 사이클과 보증 기간이 긴 탓에 국내 기업들은 생산을 꺼려왔다.

그러나 이날 백악관 화상 회의 분위기에 따라 파운드리 생산 능력까지 갖춘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공급에 동참해야 할 부담이 커졌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