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에 반도체 수출 강국인 한국도 전전긍긍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생산 전략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사회 전반이 비대면 중심으로 바뀌자, 자동차를 비롯한 활동적 오프라인 하드웨어 수요는 줄 것이라는 예상과 더불어,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의 채굴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휴대폰에 들어가는 스마트폰중앙처리장치(
AP)가 새로운 반도체 시장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자동차와 자율주행 기술발전, 대중교통 기피에 따른 차량소유 욕구에 반도체 수요가 급속히 증가했고 공급이 이에 미치지 못하자, 각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반도체 확보에 혈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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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4일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검사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이러한 상황에서 앞서 언급한 이유로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기업인 대만의 TSMC가 대부분의 생산라인을 GPU 및 AP를 생산하기 위한 초미세 공정으로 생산라인을 전환했고, 그보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국내 반도체 생산기업들 역시, 비용절감을 위해 초미세 공정이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등만을 남기고, 구식 공정을 철수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반도체 생산지역인 텍사스에서 유례 없는 한파로 인해 생산 공장들은 가동이 중단되고, 일본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업체인 르네사스가 화재로 인해 생산이 중단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공급이 더욱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상황이 이러자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를 갖고 있는 국가들은 정부가 앞 다퉈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지금의 ‘반도체 쇼크’는 마이크로컨트롤러(MCU)를 대표로 하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서 기인한 것인데, 국내에는 생산라인이 없어 9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반도체 특별법’을 제정해 향후 2년간 4800여 명의 반도체 인력 양성 계획을 대책으로 내놨다.
당장 배고픈데, 농사를 짓겠다는 격이다.
지난달부터 현대 울산1공장 및 아산공장에 이어, 오는 19일부터 한국GM 부평공장도 차량용 반도체 부품 공급 부족으로 인해 문을 닫는다.
그동안 비축돼 있던 반도체 재고가 1분기에 동이 나버린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반도체 인력 양성론은 지금의 상황에선 너무 장기적인 계획이다. 물론 필요한 일이나, 지금은 인력보다 생산라인 구축이 먼저다”라면서 “완성차 제조기업은 이렇다 할 반도체 자급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반도체 생산기업은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할 이점이 없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기업과 자동차 기업이 손을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이번 ‘반도체 쇼크’가 국내 자동차 산업에 더 큰 피해가 가지 않도록, 다양하고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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