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조업 일자리 7만2000개 해외로 빠져나가
"경직적인 노동시장이 국내 투자와 고용의 발목을 잡고 있어"
[미디어펜=조한진 기자]국내 고용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양질의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 고용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는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ODI) 및 외국인직접투자(FDI) 통계를 바탕으로 직간접 일자리 유발 효과를 추정한 결과, 지난해 제조업 일자리 7만2000개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됐다고 19일 밝혔다.

   
▲ 출근하는 근로자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년간 제조업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투자를 크게 압도하면서 제조업 일자리가 대거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1~2020년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연평균 12조4000억원에 달했던 반면, 외국인 직접투자는 연평균 4조9000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제조업의 직접투자 순유출액(FDI-ODI)은 연간 -7조5000억원 발생했고, 이로 인해 직간접 일자리가 매년 4만9000개(누적 49만1000개)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됐다.

업종별로 보면 2020년 기준 해외직접투자는 △반도체(2조6000억원), △전기장비(2조3000억원), △자동차(2조2000억원) 순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업종은 지난 10년간(2011~2020년) 제조업 중 해외직접투자 증가액 상위 3대 업종에 속한다. 이에 비해 2020년 기준 외국인직접투자는 △반도체(400억원), △전기장비(900억원), △자동차(4400억원) 등으로 저조했다.

해외직접투자 급증과 외국인투자 유입 감소로 지난해 기준 직접투자 순유출액은 △반도체(-2조5000억원), △전기장비(-2조2000억원), △자동차(-1조8000억원) 등에 달했다. 지난해 직간접 일자리 유출 규모는 △전기장비(1만5500명), △자동차(1만4500명), △식료품(9300명), △의약품(5100명), △반도체(4900명) 순이었고, 2011년에 비해 약 1.9~37.6배 높았다.

재계에서는 직접투자 순유출액이 높은 업종 중에서도 취업유발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전기장비, 자동차, 식료품 등의 일자리 유출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경연은 “한국의 각종 기업관련 규제, 그 중에서도 경직적인 노동시장이 국내 투자와 고용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프레이저 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도 순위(2020년)는 조사대상 162개국 중 145위로, 파키스탄(137위)보다도 낮아 노동규제가 매우 엄격한 수준이다. WEF의 노동시장 경쟁력 순위(2019년)에서도 한국은 조사대상 141개국 중 97위로 하위권이었다.

한경연은 “노동시장 경직성은 기업이 경영환경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만들어 성장을 저해하고 투자와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해외투자의 증가를 나쁘게 볼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만큼 국내 투자유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점점 악화되는 국내 실업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경직적 노동시장, 각종 규제 때문에 해외로 빠져나가는 일자리는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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