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반도체 사업 재편 신호탄 해석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반도체 파운드리 투자 확대를 언급하며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SKT 기업분할 결정으로 SK하이닉스는 투자 여력이 개선됐다. 이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겸 SK하이닉스 부회장./사진=SK텔레콤 제공
박 사장의 '파운드리 투자 확대' 발언은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나왔다.

박 사장은 SKT 자체 개발 인공지능(AI) 반도체 '사피온'을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에서 생산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우리도 파운드리에 더 투자해야 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어 "대만 TSMC 수준의 파운드리 서비스를 해주면 국내 여러 많은 벤처 팹리스들이 기술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박 사장은 "우리도 파운드리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파운드리를 병행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절대적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매출 31조9000억원 중 D램이 22조5000억원(70.6%), 낸드플래시가 7조5000억원(23.4%)으로 메모리 반도체가 전체 매출의 94%를 점했다.

최근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도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됐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낸드플래시 전문 회사인 키옥시아에 4조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약 10조3000억원을 투자해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했다..

SK그룹 파운드리 사업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사업 부문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8인치 파운드리 공정을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DDI)와 전력 반도체 제품을 생산한다. 이 회사 매출액은 작년 기준 7030억원이며 117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함께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 인수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박정호 사장의 '투자 확대' 발언은 앞으로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워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며 파운드리가 반도체 공급망을 뒤흔들 핵심 사업으로 떠올라서다.

이 경우 SK가 SK하이닉스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존 SK하이닉스시스템IC 투자를 확대하거나 국내외 유망 파운드리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안과 외부 파운드리 회사에 지분 투자를 하는 방안 등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모회사 SKT의 기업분할 결정에 따라 투자전문회사 소속이 되면서 기존 해외기업과 국내 기업까지 투자 여력이 개선된 상황이다.

다만 SK하이닉스가 10조원이 넘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작업에 매진하고 있어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한다 해도 당분간 대규모 투자 결정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앞서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도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없다"며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잘 마무리 해야 한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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