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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흥기 교수 |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인 35%를 기록했고 부정평가는 5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갤럽조사에서 부정평가의 이유로 소통미흡, 인사문제, 공약실천 미흡 및 입장변경 순으로 꼽힌데 대해 야당에서는 ‘수즉재주(水則載舟), 수즉복주(水則覆舟)’ 즉, ‘민심이라는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어 버릴 수도 있다’는 순자의 말을 인용하며 청와대의 통렬한 자기반성과 문고리 3인방을 비롯한 전면적인 인적쇄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종편 채널들은 아침부터 종일 내내 위기라고 난리를 친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찌해야 하는가? 박 대통령에게 뚜렷한 잘못이 없어도 청와대 안에서 일어난 일이니 잘못한 게 없더라도 우리네 정서를 감안 ‘제 부덕의 소치’라고 무릎을 꿇어야 하는가? 아니면 일일이 대꾸 않고 청와대 조직개편을 통해 국면전환 쇄신책을 추진하는 한편 ‘내 국정운영 스타일이 좀 남다를 뿐’이라 자위하며 그냥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하던 일을 그대로 밀어붙이면 될까?
이번 문건파동에서 보듯 청와대 안에는 복잡한 권력관계의 줄다리기가 있다. 보이지 않는 칼이 날아다닌다. 지근거리, 측근이라는 말에서 보듯 최고 권력자와의 거리가 곧 자신의 권력을 나타내기 때문에 더러운 권력투쟁이 살벌하다.
그렇기에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그곳에 있는지가 매우 중요한데도 국민들은 구중궁궐안의 그들이 어떻게 그 자리에 앉았는지 힘의 역학관계를 잘 알지 못함은 물론이고 어떤 신념과 철학, 지식과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그곳에 있어야 대한민국의 안보와 미래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키울 수 있는지 관심 갖지 않는다. 사실 대다수 국민들은 먹고살기에 바쁘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만기친람의 업무 스타일을 바꿀 필요가 있다. 조직은 사람이 모여 시스템으로 일하는 곳이다. 특히 청와대는 대통령과 측근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니 더욱 시스템으로 일해야 한다. 청와대에는 지난 대선에 기여한 공신들과 전문직 관료들이 함께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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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5년 정부업무보고:경제혁신 3개년 계획Ⅱ'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공신들은 능력과 자격이 아니라 당파성, 개인적 충성심, 선거에서의 공헌에 따라 그 자리에 앉았다. 전리품은 승자의 것이니 이러한 인사를 뭐라 할 수는 없다. 관료제를 통제하고 대통령의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이 신뢰할 수 있는 측근을 정치적으로 임명한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유능한 인물이 배제되고 이들 측근들이 국가와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 개인을 위해서만 일하고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 조무래기들이’라고 열 받아 내뱉었듯 시답잖은 작은 힘을 갖고 호가호위하며 권력에 빌붙어 국정운영의 각종 부패와 난맥상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바로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이 이러하다.
박 대통령은 만기친람의 유혹을 뿌리치고 논어의 ‘군자치다능(君子恥多能)’, 즉 ‘군자는 여러 가지 방면으로 재능을 갖출 필요가 없고, 도리어 그러한 것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는 말을 새겨야 할 때이다. 박 대통령이 밤낮 없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애국애족의 마음으로 헌신한다는 것을 알만한 국민들은 다 안다.
하지만 자신의 탁월한 능력으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직 쯤 능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한비자는 이를 하군진기능(下君盡己能)이라 경계했다. 즉, 삼류 리더는 자신의 능력만을 쓴다는 것이다. 한비자는 일류 리더를 상군진인능(上君盡人能)이라고 했다. 己는 자기(自己)이고 人은 타인(他人)이니 남의 능력을 활용해야 일류 리더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친박 팬클럽 수장이 아니라 국가원수이며 행정수반이다. 널리 인재를 구해야 한다. 우리 사회를 위해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어 낸 실적과 봉사실적 있는 사람을 중용해야 한다. 이들을 널리 구해 국가자산으로 써야 한다. 이들은 봉사와 헌신의 정신이 살아있고 도전정신이 투철하며 창의적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들어가 새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국가 또는 남이 만들어놓은 자리차고 앉아 펜대 돌려가며 ‘甲질’만 해본 사람들은 이젠 그 특혜를 내려놓을 때가 됐다. 선거에 공헌이 있는 공신들을 먹고 살게 해주되 이들을 전문가 자리에 앉혀서는 안 된다.
국가장래를 놓고 훌륭한 외부 인재가 국가를 위해 일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 박 대통령의 변화를 기대해본다.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 베스트셀러 '태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