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여권 대권주자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호남 민심까지 잡을지 주목된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은 문재인 정권 국정 운영을 뒷받침했던 콘크리트 지지율의 중추다. 넓게는 수도권·경상도로 이주한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표심까지 영향을 끼치는 바로미터다.
하지만 지금까지 문 정권의 뒷배 역할을 톡톡히 해온 호남 민심이 최근 들어 이탈 기미를 보이고 있다.
다음 대통령 선거일인 내년 3월 9일까지 11개월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4·7 보궐선거 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호남에서 15% 안팎을 유지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6일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은 호남지역(표본 80명)에서 41.4%로 이재명 지사(40.8%)와 오차범위 내 각축을 벌일 정도다.
호남 정가는 대체적으로 이 지사 행보에 따른 지역 표심에 대해 예단하기 이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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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4월 22일 도청 신관 상황실에서 열린 '경기도 공공기관 이전 난상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경기도 제공 |
또한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과의 선긋기 타이밍, 당내 친문 주류와의 관계 재설정, (이재명 지사의 대권 제1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소득정책에 대한 당내 공감대 형성이 변수라는 제언도 나온다.
복수의 호남지역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와 집권여당에 절대 지지를 보내온 그간의 호남정서와 결이 다른,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지역 정서에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년 대선을 걱정해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지난 4년간 정치권을 이끈 호남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위기 의식이 커진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당 관계자는 23일 본보 취재에 "민심을 좌우하는 것은 당심이지만, 당심을 좌우하는 건 결국 호남 저변의 밑바닥 민심"이라며 "현재 여론조사 상으로도 여권 주자들의 지지율을 합하면 윤석열을 압도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있지만 이 또한 결국 경선을 통해 대권주자가 정해지고 당심이 모이고 당원들이 결집해야 가능하다"고 관측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살펴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40%대 초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며 "윤석열이든 국민의힘 자체 후보든 안철수든 야권 대통합이 컨벤션 효과를 내면서 이뤄진다면 보다 힘들어지겠지만 호남 민심이 결집한다면 백중세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본보 취재에 "아마 이번 보궐선거 결과에 호남 유권자가 가장 충격을 받은 집단일 것"이라며 "야권은 대통합 외에 승산이 없다.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 합친다면 윤 전 총장에 대한 현 지지율도 호남을 중심으로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재명 지사든 다른 여권 후보든 현재로선 모두들 합종연횡이 아니라 각자도생, 암중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통령 레임덕이 기정 사실이 된 이상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언제 명확히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문 주류 강성 당원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잘 만들어 가느냐, 기본소득정책과 같이 온 국민에게 대권용으로 자신있게 내놓을만한 정책 비전에 대한 당내 공감대를 최대한 많이 이끌어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올해 초 5.18 국립묘지에 혼자 참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호남 지역 정서에 잔잔한 파도를 일으킨 바 있다.
이 지사는 오는 28일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를 열고 자신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한 협의회 총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지사가 전국적인 세몰이에 앞서 호남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내 무게중심을 누가 갖고 갈지에 따라 호남 민심 또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 YTN이 조사를 의뢰해 리얼미터가 조사 수행. 조사대상은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11명. 조사일시는 4월 16일 12시 10분부터 16시 25분까지. 조사방법은 무선ARS 90% 및 유선ARS 10%. 무선 표본은 무선전화번호RDD로 추출해서 7700개 국번별 0000~9999까지 무작위 생성 및 추출. 무선전화의 최종 응답률은 3.7%. 유선 표본은 유선전화번호RDD로 추출해서 3465개 국번별 0000~9999까지 무작위 생성 및 추출. 유선전화의 최종 응답률은 2.4%. 유무선 합한 전체 응답률은 3.5%. 2021년 3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 부여(림가중).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