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한탄강(漢灘江)은 임진강의 가장 큰 지류다.
강원도 평강의 추가령곡에서 발원, 철원과 연천(漣川)을 거쳐 전곡에서 임진강과 합류하는 한탄강은 민족 분단의 상징인 휴전선(休戰線)을 가로질러 흐르기에, 이름조차 한탄일까?
그건 아니다. 한탄이란 ‘한여울’ 곧 큰 여울을 뜻하는 말이다.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급한 개울을 ‘여울’이라 한다. 한자어로 쓴다면 천탄(淺灘)이 되겠으나 고유어 ‘한’을 섞어 한탄이 되었다. 지명이 주는 어감 때문인지, ‘이 강 이름은 한탄(恨歎)이 아닐까’ 하는 오해를 받으면서, 오늘날 한민족 비극의 대명사가 된 느낌이다.
곳곳에 수직 절벽과 협곡이 절경을 이루는, 우리나라 어느 강보다 변화무쌍하고 풍광이 수려하기로 이름 난 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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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굽이쳐 흘러가는 한탄강과 주상절리 절벽/사진=미디어펜 |
발원지에서 임진강의 합류지점까지 현무암으로 된 용암지대(鎔巖地帶)를 흐르기 때문에, 곳곳에 ‘주상절리’ 수직절벽과 협곡이 형성돼 절경을 이룬다.
한탄강과 임진강 지역은 약 54만년~12만년 전 화산폭발로 인해 형성됐으며, 그 당시 흐른 용암으로 인해, 검은 색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곰보 돌’ 현무암(玄武巖)으로 이뤄진 절벽, 주상절리와 폭포 등 다양하고 아름다운 지형과 경관을 갖게 됐다.
주상절리(柱狀節理)란, 마그마 또는 용암 등이 급격히 식을 때 수축현상에 의해 생기는, 기둥모양의 절리(joint)라는 뜻으로, 지형 용어로 암석에 생기는 갈라진 틈 또는 결을 의미한다.
과거 화산활동이 활발했던 곳에서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제주도 여러 해안, 울릉도, 광주 무등산, 한탄강 일대, 경주, 포항 등의 주상절리가 유명하다.
전곡 인근에는 또, 한탄강의 지류인 차탄천(車灘川)이 흐른다.
냇물이 수레바퀴처럼 빙빙 돈다 하여 ‘수레여울’, 곧 차탄이라 부르게 된 것 같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옛날 이 고을 원님이 수레를 타고 민정을 살피다가, 이 곳 넓은 여울에서 수레와 함께 빠져 죽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선정을 베풀던 원님의 덕을 기려, 고을 이름조차 차탄리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특히 이 한탄강과 차탄천, 임진강 일대는 지난 2020년 7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世界地質公園)으로 지정된,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희귀하고 소중한 자연 문화재다.
지질공원이란, 특별한 과학적 중요성과 희귀성 또는 아름다움을 지닌 지질현장으로서, 지질학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생태학적, 고고학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도 함께 지니고 있는 지역으로 보전, 교육 및 관광을 통하여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하자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濟州道)가 지난 2010년 처음 지정된 바 있다.
한탄강 지질공원은 국내 최초로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질공원으로, 북한탄강과 그 하류에 위치한 임진강 합수(合水) 지점을 포함하고 있다.
한탄강 국가지질공원(제7호)은 면적이 1164.74㎢(포천 493.3㎢, 연천 273.3㎢, 철원 398.06㎢)로 총 24개소의 지질명소(地質名所. 포천 11개소, 연천 9개소, 철원 4개소)가 있다. 지질분포시대는 선캄브리아기, 고생대, 중생대(트라이아스기, 쥬라기, 백악기), 신생대 제4기 등이다.
2015년 12월 환경부고시로 처음 인증됐고, ‘한탄강 지오페스티벌’이 개최되며, ‘한탄강 지질공원센터’가 있다. 또 여러 곳이 국가명승(國家名勝), 천연기념물 등으로 지정돼 있다.
한탄강에는 또, 전곡리(全谷里) 구석기유적을 빼놓을 수 없다.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에 있는 사적 제268호로, 한반도에서 발견된 구석기(舊石器) 시대 유적지 중, 가장 오래된 곳이다.
1977년 그렉 보웬이라는 주한미군 공군 상병이 동두천 미군부대의 가수였던 한국인 애인과 한탄강변에서 데이트하던 중, 커피를 마시려고 코펠에 물을 끓이기 위해 돌들을 모았다. 그때 ‘이상한 돌’들을 보고 뭔가를 알아차려, 그 돌을 챙겨와 프랑스의 고고학 권위자에게 보냈다.
돌이 바로 약 30만 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전기 구석기시대의 ‘전곡리 주먹도끼’다.
서울대학교박물관은 전곡리 일대에서 구석기 유물 약 4500여 점을 획득했다. 우연히 나간 데이트 장소가 구석기 유적지였고, 여자친구가 수많은 돌 중 하필 주먹도끼를 주워왔으며, 남자친구가 고고학(考古學) 전공자였다는 점이라는 점에서, 거의 ‘기적적’인 일이었다.
전곡리 구석기는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라 부른다. 발견되기 전까지는 인도 동쪽에는 아슐리안형 구석기문화가 존재하지 않았고, 유럽이나 아프리카와 달리 주먹도끼 문화도 없었다는 게 세계 고고학계의 정설이었으나, 이 대 발견으로 전 세계의 모든 교과서가 다시 쓰여졌다.
덕분에 연천은 ‘구석기 마케팅’에 열심이다.
연천군의 ‘마스코트’도 구석기인이고, 전곡리 구석기축제(舊石器祝祭)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속에 큰 규모를 자랑하며, 경기도의 도움으로 2011년 4월 25일 전곡선사박물관이 개관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석인골 모형을 전시해놓은 박물관이며, 내부 컨셉은 동굴인데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 니콜라스 데마르지에르가 설계했다고 한다. 전곡선사박물관(全谷先史博物館)은 2017년 9월 이후로 무료 개장이다. 2021년 4월 성인 1000원이던 유적지 입장료도 없어졌다.
이게 다가 아니다. 전곡리 한탄강변에는 고구려의 은대리성도 있다.
사적 제469호로 지정된 은대리성(隱垈里城)은 역시 연천에 있는 호로고루성, 당포성과 함께 남한에 남아있는 ‘고구려 3대성’의 하나다. 이 성들은 소규모 진지인 서울 근교 아차산, 용마산 등에 있는 보루(堡壘) 수준이 아니다. 그보다 규모가 훨씬 큰, 대규모 요새인 것.
은대리성은 한탄강의 북쪽 기슭, 차탄천 합류 지점에 형성된 삼각형의 하안단구 위에 축조된 강안평지성(江岸平地城)이다. 형태는 삼각형으로, 내성과 외성의 이중구조로 이뤄져 있다.
성곽의 전체 길이는 약 1005m이고 동서 400m, 남북 130m다. 내부 면적은 약 7000평 정도인데, 일부는 경작지로 이용되고 나머지 부분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조성돼 있다. 성벽은 흙과 돌을 섞어 쌓았는데, 양쪽 기단부만 돌이고 안쪽과 기단 윗부분은 흙을 다져 쌓았다.
동쪽과 북쪽 성벽의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이나, 성 내부의 보존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성의 남쪽과 북쪽은 한탄강에 접한 수직 낭떠러지로, 동쪽 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한, 천혜의 자연요새(自然要塞)다.
성 안에는 문지 3개소, 건물지 1개소, 치성(치 2개소가 확인됐고 철기 조각과 백제의 것으로 보이는 토기 조각, 그리고 회식 연질(軟質)의 고구려 토기 조각이 수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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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위 38도선이 지나는 지점/사진=미디어펜 |
오늘은 이 한탄강을 중심으로, 한탄강 유원지(遊園地)와 구석기 유적지, 그리고 은대리성을 돌아보는 일정을 짰다.
연천으로 가는 대중교통은 아직 불편하다. 수도권전철 1호선이 연천까지 연장되는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개통되지 않았다. 가장 좋은 교통편은 1호선과 지하철 7호선 환승역인 도봉산역에서 내려 대로를 건너면, 오른쪽에 있는 환승(換乘)센터에서 39번 버스를 타는 것이다.
연천에서 잠실역을 거쳐 분당으로 가는 3300번 버스도 좋은데, 배차간격이 1시간이다. 39번 버스 편으로, 한탄강에서 내렸다. 그 앞에 한탄강역도 있는데, 전철이 개통되면 편할 게다.
연천군 대형 관광지도가 반겨준다.
한탄강 유원지로 들어가기 전, 먼저 한탄강 다리를 건넌다. 한탄강에는 새로 놓인 큰 다리와, 편도 1차선짜리 구 다리, 또 열차가 지나는 철교(鐵橋) 등, 3개의 다리가 나란히 있다.
한탄강을 건너 조금 걸으면, 옛 38도선을 알리는 돌비석이 있다. 연천은 대부분 지역이 한국전쟁 이전에는, 38선 북쪽의 북한 땅이었다.
여긴 청산면 초성리 땅이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6.25 참전기념탑(參戰記念塔)과 6.25 참전용사상. 연천군 출신 참전용사 665명의 애국혼을 기리는 조형물들이다.
이어 38선 돌파기념비가 있다. 한국전쟁 당시인 1951년 5월 28일 미군 제1기갑사단이 3번째로 38선을 돌파한 것을 기념하는 탑이다. 그 옆에는 찰스 엘 배저 중령 충혼비(忠魂碑), 그 너머엔 2011년 구제역 방역작전 중 순직한 고 권인환 일병 추모비가 있다.
그 왼쪽에 38선이라 쓰인, 크고 낡은 돌비석이 눈길을 끈다. 비석 하부엔 박희진의 시 애향가(愛鄕歌)가 새겨져 있는데, 생뚱맞은 느낌이다.
그 앞 초성리에서 전곡읍으로 진입하는 3번국도 구간에는 ‘구석기의 고장’ 입구을 알리는 상징물로, 대전차방호벽(對戰車防護壁) 위에다 선사시대 원시인, 매머드 입상 등을 올려놓았다.
다시 한탄강을 건너와, 유원지 입구로 들어섰다.
캠핑카들이 즐비한 주차장 옆 시멘트 블록담장에 ‘한탄강유원지’라 쓰여 있고, 도로 건너편에는 커다란 풍차(風車) 3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리배 타는 곳도 있는데, 낚시가 가능하고 견지 낚시는 무료이며, 물총 장난감도 증정한단다.
길 건너편엔 인디언 텐트 모양의 글램핑장 숙소들이 보인다.
강이 전체적으로 잘 조망되는 지점, 주차장 입구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해결한다. 강은 유유히 흐르고, 제법 넓은 백사장(白沙場)이 펼쳐져 있다. 왼쪽에 한탄강 다리들이 달려가고 있다.
이 곳에는 ‘연천 세계 캠핑 체험 존’도 있어, 모바일 예약과 결제가 가능하다. 방갈로와도 같은 숙소들이 즐비하다. 한탄강관광지 관리사무소를 지나 도로를 따라 조금 가면, 고가도로 밑 우측에 구석기 유적지 가는 길이 보인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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