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인종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영국 축구계가 상징적이면서도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최근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까지 인종차별 공격을 당하자 영국 축구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보이콧을 선언한 것.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25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성명서에서 "잉글랜드 축구협회(FA), 프리미어리그(EPL), 잉글랜드 풋볼리그(EFL), 위민스 슈퍼리그 등 잉글랜드의 모든 축구 단체들은 선수들에게 계속 행해지고 있는 인종차별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4월 30일 23시부터 5월 4일 07시 59분까지 SNS를 전면 보이콧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사진=EPL 공식 홈페이지


인종차별은 잉글랜드뿐 아니라 유럽 각국 축구 리그에서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이전에는 경기장 안팎에서 인종차별 행위가 많았지만 코로나19로 관중 입장이 제한되자 SNS 등 온라인 상에서의 인종차별 공격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최근의 대표적인 예가 손흥민이 당한 인종차별이다. 손흥민은 지난 1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상대 선수 스콧 맥토미니가 휘두른 손에 얼굴을 가격당해 쓰러졌다. 

그런데 손흥민이 쓰러진 것을 두고 맨유 솔샤르 감독이 '할리우드 액션' 의혹을 제기한 것이 촉발제가 돼 맨유 팬들을 중심으로 손흥민에 대한 인신공격이 쏟아졌다. SNS를 통해 도를 넘은 인종차별 행위가 극성을 부리자 토트넘 구단은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에 사안을 정식 보고했다.

   
▲ 경기 전 인종차별 반대 무릎꿇기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손흥민. /사진=토트넘 홋스퍼 SNS


결국 영국 축구계가 SNS 보이콧이라는 칼을 빼 들었다. 성명서에서는 "SNS 기업들이 온라인 인종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인종차별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SNS 보이콧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SNS를 통한 인종차별 공격을 SNS 기업들이 제대로 걸러내거나 가입자를 퇴출시키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반영한 대응책이다.

이에 따라 영국 축구계의 SNS 활동은 사흘 9시간 동안 전면 중단된다. 각 단체와 구단들은 이 기간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에 새로운 게시물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리차드 마스터스 EPL 회장은 "어떠한 인종차별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 선수가 SNS를 통해 받는 끔찍한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된다"면서 "SNS 기업들이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한 정책을 시급히 수립하기를 촉구한다. 우리는 SNS 기업에 대한 대응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개선되기를 원한다"고 SNS 기업들을 향해 강력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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