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팀 동료 김하성을 대신해 LA 다저스 투수 트레버 바우어에게 통렬한 복수를 했다. 바우어로부터 홈런을 두 방이나 뺏어낸 뒤 '한눈 세리머니'와 '배트플립'을 펼쳐 보였다. 

타티스 주니어는 25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원정경기에 1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 5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2안타가 모두 홈런이었으며, 둘 다 다저스 선발투수 바우어로부터 뽑아낸 것이었다.

타티스 주니어는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바우어의 2구째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선제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베이스를 돌던 타티스는 돌연 자기 팀 덕아웃 쪽을 향해 한손으로 눈을 가리는 세리머니를 했다.

   
▲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이는 바우어에게 '복수'하는 의미의 세리머니였다. 지난 3월 시범경기에서 샌디에이고와 다저스가 맞붙었을 때 다저스 투수 바우어는 한쪽 눈을 감고 던지는 기행을 벌였다. 그는 김하성을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끝낸 후 자신이 한쪽 눈을 감고 던졌다는 것을 과시하듯 손가락으로 감은 눈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한 쪽 눈만 뜨고 던진 나를 상대로 득점할 수 없다면, 두 눈을 모두 뜬 나를 상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도발적인 멘트도 했다.

바우어의 도발을 기억하고 있던 타티스 주니어가 바우어를 홈런으로 두들긴 후 '한눈 세리머니'로 응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3회초 두번째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타티스 주니어는 2-2 동점이던 6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다시 바우어를 솔로포로 두들겼다. 이번에는 '배트플립'이었다. 타격을 한 후 한참동안 타구를 바라보던 타티스 주니어는 홈런임을 확인하고 천천히 뛰어나가며 배트를 툭 던지는 배트플립을 보여줬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금기시 되고 있는 배트플립이지만 타티스 주니어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바우어의 심기를 건드렸다. 바우어는 타티스 주니어의 거듭된 도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타티스 주니어는 전날(24일) 다저스전에서는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나온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다저스 선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상대로 역시 홈런 두 방을 때렸다. 이 홈런 두 방은 22년 전 이른바 '한만두'로 불리는 타티스 주니어의 아버지 패르난도 타티스의 기억을 소환했다.

1999년 4월 24일 타티스는 다저스전에서 박찬호를 상대로 한 이닝에만 만루 홈런을 두 방이나 터뜨린 바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었다.

그런데 22년이 지나 같은 날(4월 24일) 같은 장소(다저스타디움)에서 아들이 홈런 두 방을 날렸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부자(父子)가 멀티 홈런을 터뜨린 것 역시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타티스 주니어가 이틀 연속 멀티홈런을 날리며 바우어에게는 시원한 복수극을 펼쳤지만, 이날 경기의 승자는 다저스였다. 다저스는 6회말 3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한 다음 샌디에이고의 추격을 뿌리치고 5-4로 승리를 따냈다.

바우어는 타티스 주니어에게 홈런 두 방을 내주고 '한눈 세리머니'를 당하는 수모를 겪긴 했지만 6이닝을 3실점으로 막고 6회말 타선이 역전을 시켜줘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타티스 주니어는 한 점 차로 뒤진 9회초 1사 2루에서 2루수 땅볼로 물러나 마지막 찬스를 살리지는 못했고, 샌디에이고는 그대로 패하고 말았다.

김하성은 이날 경기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덕아웃에서 타티스 주니어의 바우어에 대한 복수와 팀 역전패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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