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대규모 유상증자 충격에서 벗어나는 듯 했던 NHN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기존 게임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유증을 통한 간편결제 등 신사업 진출도 신통치 않다는 진단이다.
20일 오후 1시32분 현재 NHN엔터는 전거래일 대비 6.20% 내린 7만5700원을 기록하고 있다. NHN엔터의 주가는 이날을 포함해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 초 9만2000원을 넘었던 주가는 7만원대로 떨어졌다. NHN엔터의 주가는 지난 7일 3500억원 규모의 유증 발표 이후 8~13일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후 14~15일 이틀 동안 강세를 나타냈으나 최근 다시 약세로 돌아선 것.
이날 NHN엔터의 주가 하락은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키움증권의 보고서가 큰 작용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 사업 부진과 함께 신규 사업에 대해서도 성과를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게임 회사와 커머스 회사의 사이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구간에 있다는 것.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NHN엔터는 게임회사에서 커머스 회사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신규 사업에 대한 성과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게임 사업의 실적이 계속 감소하면서 주가수익비율(PER) 61.1배로 밸류에이션으로 설명되지 않는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쟁기업인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를 노린 유증과 간편결제서비스 진출에도 쓴 소리가 나왔다. 안 연구원은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간편결제 시장으로 진입과 동시에 1500억원 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을 것을 발표했다”며 “올해에도 이익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가가 급락하자 투자자들도 회사 측의 일방적인 유증에 반발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주식게시판의 한 투자자는 “이준호 NHN엔터 회장은 ‘갑질 유증’을 당장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다른 투자자도 “구체적 비젼도 제시 못하는 유증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본업인 모바일 게임이 부진한데다 간편결제 역시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연결법인을 포함해 분기당 500억원의 인건비가 나가는 회사로 4분기 실적도 30억 영업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보유 자회사 지분가치 등을 고려하면 7만원대 초반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정도 수준으로 생각된다”며 “올해 간편결제 관련 마케팅 비용이 커지면 주가가 PBR 1배 이하로 내려갈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하방경직성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업가치는 유증을 한다고 해도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시장이 유증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 있다. 단기 반등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반등 모멘텀을 주시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편, NHN엔터의 간편결제 경쟁사인 다음카카오의 주가는 이날 1% 내외의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