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지원 들어간 공공시설 vs 독자규격 고집하는 테슬라 문제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최근 서비스에 들어간 현대 E-Pit에서 테슬라 전기자동차의 충전기 사용이 안 되자, 테슬라 이용자와 타 전기차 이용자 간 갈등이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현대 E-Pit은 현대자동차가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부지를 임차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한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로, 지난 14일 개소식을 시작으로 현재 고속도로 휴게소 12곳에서 총 72기의 충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 현대자동차, 한국도로공사 및 정부부처 참석자들이 14일 화성휴게소에서 개최된 현대 E-Pit 개소식에서 충전 시연을 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하지만, 현대차가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환경부 등 정부 부처와 함께 전기차충전서비스산업 육성의 일환으로 조성된 현대 E-Pit에서, 테슬라 및 일본 전기차의 이용이 제한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테슬라와 일본 전기차 모델의 충전 규격이 현대차를 비롯, 대다수의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DC콤보 타입과는 다른 독자적인 규격을 사용하고 있어, 이를 바꿔주는 어댑터가 필요하고, 이는 충전기의 안전관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테슬라의 DC콤보 어댑터 사용 불가를 현재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다.

현대차가 E-Pit에서의 모든 어댑터 사용금지라는 입장을 내놓자, 테슬라 전기차 이용자들은 “고속도로는 공공부지며, 1원이라도 세금지원을 받아서 지었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용시설”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들은 “어댑터를 쓰면 위험하다는 주장은 말도 안되는 핑계일 뿐”이라며, “추후 국가통합인증마크(KC)인증을 받은 안전한 어댑터가 나오면, 즉시 개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맞서, 현대차를 비롯한 타 전기차 이용자들은 테슬라의 DC콤보 어댑터 사용으로 인한 화재사고 및 충전기 고장 사례를 들어 반박하면서, “오히려 테슬라가 독자규격을 고집하는 게 문제 아니냐”고 반문하며, 현대차의 E-Pit 어댑터 사용금지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국제 규격인 DC콤보 타입을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전기차들이 테슬라의 수퍼차저를 이용 못한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되는 현대 E-Pit 부지는 현대차가 대가를 지불하고 도로공사로부터 임차한 땅이므로, 모든 전기차 이용자에게 제공해야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도로공사는 이번 초고속 충전소 조성을 위해 수차례 테슬라코리아에 제안을 시도했지만, 회신은 없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에 테슬라코리아는 현재 33곳에서 운영 중인 테슬라 전용 충전 인프라인 수퍼차저 확충을 위한 사업부지 물색에 나섰고, 올해 중으로 60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과 함께, DC콤보 어댑터에 대한 KC인증 절차를 진행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현대 E-Pit은 테슬라의 수퍼차저에 비해 충전시간이 절반가량으로 줄어, 시간적 이득과 함께 고소도로 휴게소라는 접근성 측면의 이점도 있는 만큼, 테슬라 이용자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향후 KC인증이 이뤄질 경우, 어댑터 사용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결정의 가장 큰 고려대상이 충전인프라인 만큼, 국내 전기차 점유율의 약 25%을 웃도는 테슬라에 대한 견제를 고려해 볼 때, E-Pit 사용을 허가할 지는 미지수다. 

이번 E-Pit 사용 논란은 친환경차 보급 및 활성활를 위해 정부가 전기차 민간충전사업자에게 충전기 구축비용의 일부(최대 50%)를 지원하는 등 정부 보조금이 들어간 만큼, 테슬라 이용자들의 ‘세금이 들어간 공공시설’이라는 주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측면에서, 향후 정부와 현대차, 테슬라코리아의 행보에 귀추가 쏠린다.

한편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초고속충전기 정부지원예산은 총 45억 원으로, 약 245기(50kW급 기준)의 (초)급속충전기 구축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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