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에서 종부세 등 세제 개편을 놓고 갈등 수면 위로 떠올라
개별 의원 주장으로 논란되자 정책위는 “결정된 바 없다”고 수습
여당 내 논란 이어지자 정부는 “잘못된 메시지 줄 수 있다” 신중론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정부·여당이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부동산 제도 개편안을 두고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입장차를 드러내며 혼선을 빚고 있다. 

주택 공급 확대와 투기 수요 억제라는 큰 원칙은 공유하고 있지만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민심을 수습해야 하는 당 내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는 정부·청와대와의 각론 조율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7일 오전 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부동산 제도 개편안 관련해 논의를 할 예정이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부동산특위가 중심이 돼 각종 정책의 기조, 입법 관련 내용이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영국 정의당 대표를 예방하기 당 대표실로 향하고 있다./사진=박민규 기자

청년·장기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에는 큰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세제 개편안이다. 특히 종부세 등 세제 개편을 놓고 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지난 20일 종부세 부과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재산세율을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종부세법·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당에서 보유세(종부세+재산세) 완화 법안을 발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안에는 노웅래·남인순·양향자 전 최고위원 등 여당 의원 12명이 참여했다. 

김 의원은 “지난 재보선 이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냉엄한 비판이 있었고 정책 변화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또 "최근 3년간 부동산 가격 급등과 이와 맞물린 공시지가 인상으로 인한 종부세·재산세 상승은 가계 소득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진성준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종부세는 인구수로 따지면 1.3%, 66만명에 불과하다"며 "극소수의 그야말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부과되는 것이 종부세인데, 이 종부세 부과 부담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고 진단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소병훈 의원도 SNS에 종부세 등 부동산 규제 완화 기류와 관련해 "더 이상 부동산 관련해서 쓸데없는 얘기는 입을 닥치시기 바란다"라며 "대한민국은 5200만의 나라다. 52만의 나라가 아니다.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어렵게 자리를 잡아간다"고 힐난했다.

개별 의원의 주장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당내 갈등이 표면화되자 민주당 정책위는 “일부 언론이 보도한 ‘1주택자 종부세 완화 및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를 검토키로 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지하면서 수습에 나섰다.

유동수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를 어떻게 완화할 것이냐는 정무위에서 검토해서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양도세 완화는 어렵지 않겠나. 종부세 개편안은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납세자 입장에서는 종부세가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지만, 9억원 이상 아파트가 전체의 3.8%(52만4620가구·2021년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 잠정치)에 불과한데 그것을 깎아주는 것은 부자감세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고 전했다.

   
▲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23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여당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자 정부는 추이를 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유지해온 원칙이 있고, 세제를 지금처럼 설정한 것에도 이유가 있는데 그 원칙을 쉽게 흔들어버리면 부동산 시장 전체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여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세제 완화 논의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도 지난 19일 “부담을 줄여주고 경감 부분에 대해 최대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다음날에는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커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민심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이 혼선을 빚자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2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 정부의 주거 부동산 정책을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종부세 감면, 공시지가 현실화 속도 조절, 대출 규제 완화 등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이 같은 부동산 정책 후퇴는 자산 양극화와 주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부동산 거품을 확대할 것"이라며 "폭등한 집값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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