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아프니까 청춘이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 한번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온갖 사회 저명인사들이 나와 고생담을 털어놓으며 기껏 한다는 말은 늘 “너희들도 할 수 있다. 힘을 내라”였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문득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끝나고 돌아서는 길 내 꿈은 무엇이고, 지금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 돌아보면 한숨만 나온다. 도서관에 다시 돌아갔을 때 기다리는건 토익, 자격증 책밖에 없기 때문이다.

19일 JTBC ‘비정상회담’에도 똑같은 말이 등장했다. 그런데 이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지난달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은 쓰레기다.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지만 아프면 환자”라고 말했던 박철민이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청춘을 무대 위에서 보낸 그는 라디오에서 "돌이켜보면 청춘일 때는 힘들지 않았다. 늘 하고 싶었던 무대에 서고 있었고 무대를 준비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때는 하루하루 너무 즐겁게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오히려 인생에 가장 힘든 시기는 ‘지금’이라고 대답했다.

   
▲ JTBC '비정상회담' 방송화면 캡처

그러나 뚜렷한 꿈이 없는 청년에게 현실은 지옥과 같다. 입시지옥, 입사지옥, 결혼지옥, 육아지옥까지 온갖 지옥이 탈출하면 기다리고 또 탈출하면 기다린다. 3포세대를 넘어 이제는 ‘다포세대’가 눈 앞에 닥쳤다.

모두가 좋은 직장에서 많은 연봉과 적절한 복지여건을 누리길 원한다. 삶은 원하는 대로 흐르지 않는다. 당장 취업만도 하늘의 별따기다. 정부는 눈높이를 낮추라지만 어디까지 낮춰야 하나 고민이다.

박철민은 “아프면 환자다. 병원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청춘은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한발 더 나아가 ‘아프기 전에 예방해달라’고 세상에 소리쳤다. 부모가 아이를 돌보듯, 청년들의 예방접종도 우리 사회가 시켜줘야 한다는 뜻이다.

청년들은 대학 입학부터 삶이 만만치 않다는걸 체감한다. 순식간에 학자금 대출이 쌓이고, 학교 앞 월세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350원 올랐다고 해도 한시간 일해서 햄버거 세트 하나도 사먹을 수 없다. 대학 3~4학년이 돼 인턴으로 일하더라도 급여는 최저임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빈부격자를 실질적으로 체감하기에 그들은 너무 여리다.

2000년대 중반 대학생다단계가 이슈화될 때도, 대학생 중 유흥업소 종사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해도 세상은 ‘극소수’인 이들 당사자를 향해 욕부터 쏟아냈다. 일확천금을 노렸으니 당연한 결과라는 뜻이었다. 이때 가장 많이 쓰인 말도 ‘아프니까 청춘,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였다.

완전히 자리잡은 어른들은 청년들의 스펙을 보며 인성을 원하고, 급여는 줄인다. 못 버티고 나가면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다’고 말한다. 업종별 ‘열정페이’ 문제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으나 별다른 해결책이 없는 것도 청춘을 바라보는 고정화된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시점에서 박철민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쓰레기다. 아프면 환자다. 병원가야 한다”는 말은 진짜 우리 삼촌, 우리 아버지가 해주는 말로 들린다. 청춘이라고 참아내야만 했던 울분을 털어내게한 이 말이 과연 사과해야할 이유가 될까. 사과를 한다면 누구에게 해야 하나.

사과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을 만들고 지금도 쓰고 있는 어른들이 청년에게 해야하는 것 아닐까. 박철민의 조언대로 ‘용감하니까 청춘이다’라며 응원해줘도 부족할 힘든 시기다. 이제는 민주화를 이룩하고, 산업화를 이끈 ‘국제시장’ 세대가 꼬장꼬장한 욕쟁이 할아버지 대신 따스한 아버지가 되어주는건 어떨까.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될 때 정말 힘들면 아버지에게 기대도 된다”고…. [미디어펜=최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