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규탄시위, 이사회 열었으나 일정·내용 미확정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쉽사리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모양새다. 미국 본사가 임직원들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채 한국 소비자금융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노조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한국씨티은행은 27일 오후 이사회를 개최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출구전략을 논의했으나 구체적인 일정이나 내용은 매듭짓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는 소비자금융 부문의 전체 매각·일부 매각·단계적 폐지 등의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씨티은행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씨티은행 측은 "모든 실행 방안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면서도, 늦지 않는 시일 안에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며 "향후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고객에 대한 금융서비스는 기존과 동일하게 제공되며,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 앞서 씨티은행 노조는 본점 앞에서 규탄 시위를 가졌다. 노조는 이사회에 ‘전 직원 고용승계 및 근로조건 유지, 분리매각 및 자산매각(철수) 결사반대’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창근 한국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뉴욕 본사의) 국가마다 현지화 되지 못한 획일적 경영전략과 영업방식이 (시장 철수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며  "3년 임기 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신임 CEO 제인 프레이져는 막대한 비용의 시스템 개선 대신에 ‘유럽·아시아지역 13개국 소비자금융 매각’이라는 졸속적이고 근시안적인 결정을 내려 그 책임을 4~5만명의 해당 국가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본점 앞에서 규탄 시위를 가졌다. /사진=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 제공


진 위원장에 따르면 최근 씨티그룹 뉴욕본사는 거액의 송금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금융당국이 ‘효과적인 위험 관리 정책의 장기적인 부재’를 이유로 막대한 금액의 과징금과 전산을 포함한 시스템 구축을 지시한 상태다. 이 사고를 빌미로 성과를 내야 하는 신임 CEO가 '소매금융 정리'라는 옵션을 선택한 거라는 주장이다. 

덧붙여 진 위원장은 "소비자금융 철수로 인한 고객 피해가 우려되며, 자칫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정부와 정치권에서 중심을 잡아서 더 이상 대한민국 금융 주권이 휘둘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국씨티은행지부는 지난 23일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을 통해 금융위원회 위원장에게 △코로나19 상황으로 대한민국 경제가 정상화될 때까지 한국씨티은행 관련 금융위원회의 인허가 업무 중단 △매각 등 출구전략 과정에서의 노동조합 참여 보장 △전 직원의 고용승계 및 근로조건 유지 △노동조합과 금융위원장의 면담 등의 요구를 담은 요구서를 전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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