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한국거래소가 거래활성화를 위해 고액주의 액면분할을 적극 유도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에 나설지 관심이 모인다.

   
▲ 사진=뉴시스

액면분할은 거래량 활성화로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정설이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이 미미한 수준이어서 단기간에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거래소는 ‘주요 상장법인 공시책임자 간담회’를 열고 초고가주의 액면분할을 적극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은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상장기업들의 액면분할 동참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업가치 제고와 증시 활성화를 위해 초고가주의 액면분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명진 삼성전자 전무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액면분할을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검토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내부적인 결정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액면분할은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시장에 끊임없이 요구해온 사안으로 최근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해온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에도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액면분할을 통해 거래량이 활성화 된다는 점에서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액면분할로 소외됐던 개인투자자의 주식 투자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증시활성화 대책이 잘 안 먹히면서 거래대금이 급감하고 있는 국내 증시활성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은 센터장은 “액면분할을 한다고 해도 지분율은 그래도 유지되기 때문에 오너일가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실제 액면분할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57%에 불과하다. 삼성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게 시급한 상황인 것. 액면분할로 인한 주가상승이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크게 달가울 게 없다. 최근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소액주주가 급증하는 역시 이 부회장 측이 반길 일은 아니다.

때문에 한편에서는 지주사 전환을 위해 삼성전자 홀딩스와 사업회사를 인적분할하는 과정에서 액면분할을 통해 주가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나 거래소가 기업에 강제할 수단이 없어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에 나설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식의 액면분할은 전적으로 해당기업의 경영상 판단문제다. 거래소가 강제할 수단은 없다”며 “액면분할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액면분할에 나서기는 어렵고 중장기적으로도 확실한 것은 아니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은 개인투자자에 유리할 뿐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에는 별 의미가 없고 액면분할로 주가가 반드시 상승하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