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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
누구나 할 것 없이 경제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교육자는 물론 학부모들도 어떻게 하면 자녀들의 경제교육을 잘 시킬 수 있을지 골몰한다. 금융기관, 경제연구기관들이 개설한 체험학습에 자녀들을 보내기 위해 줄을 선다. 대학가도 마찬가지다. 주식투자 동아리, 창업동아리 실물경제를 익히려고 안간힘이다.
그런데 정작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경제교육은 낙제점이다. 대학교육은 물론 초중등교육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 봇짐 싸들고 한 수 배우려는 행렬은 학교 밖으로 넘쳐난다. 엄연한 교육기관의 정규과정은 흘려보내고 따로 시간과 돈을 들여 배우는 매우 비경제적인 경제교육이 이루어진다.
일단 학교교육은 학생들이 ‘경제’를 외면하게 한다. 배울수록 재미있는 공부가 아닌 알면 알수록 현실과 담을 쌓게 한다. 이 폐단은 대학교육에서 정점을 이룬다. ‘경제학을 배우면 돈을 잘 벌 수 있겠지’, 혹은 ‘기업에 취업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는 거듭되는 수학풀기, 각종 모형과의 씨름에서 좌절된다.
경제신문의 기사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제학도들이 쏟아져 나온다. 살아 뛰는 경제현장에 서야 하는 학생들에게 이런 저런 변수들을 통제한 상아탑의 가설들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혹시 펀더멘탈을 잘 가르치면 응용문제도 잘 풀 수 있다고 변명하려는가?
이 모든 문제는 아직도 고전경제학의 틀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경제교육에 있다. 경제학의 흐름도 속속 바뀌고 있다. 공공선택론, 법경제학과 같이 현실을 보다 잘 설명할 수 있는 이론들이 발전하고 있다. 주류경제학에서 다루지 않던 기업가정신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우리 학계가 이런 흐름과 여전히 무관하다는 것이다. SCI, SSCI급 논문이 몇 편이냐로 우수성을 가리는 풍토에서는 연구도, 교육도 겉돌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럼 여전히 학생들은 학교안 ‘경제’와 학교밖 ‘경제’를 알아서 구분지어 배우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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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교육이 바로서야 제대로 된 소비자, 기업가, 근로자가 배출된다. 이들이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일꾼들이다. 지금이라고 학교안 경제교육으로 학교밖 경제 낙제생이 아닌 우등생을 길러내야 한다. /뉴시스 |
고교 경제교육도 이와 마찬가지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고교 경제교육부터 잘못되었다. 우리나라 헌법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함을 명확히 하고 있다. 좁은 국토, 자원도 없는 나라가 경제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경쟁을 유도하고 개인의 재산권을 보호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개인의 역량, 기업의 경쟁력이 짧은 시간안에 극대화될 수 있었다. 분단된 반도국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무역을 통해 끊임없이 경제영토를 넓혔기 때문이다. 이를 간단히 표현하면 시장경제의 힘이다.
그런데 고교 경제교과서의 기술태도는 시장경제나 사회주의 계획경제나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는 투다. 양비양시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자본주의를 그냥두면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되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경쟁에서 도태된 이들을 방치하는 자본주의의 비정함을 강조하면서 이들을 위해 사회가 다시 말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가르친다.
강조하지만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실패한 실험이다. 동구권 국가들은 개인의 복잡한 경제행위를 계획할 수 있다는 오만한 발상에 발을 들여 놓아 조상이 물려준 옛 영광조차 지켜내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을 평등하게 잘먹고 잘살게 하겠다는 목표는 결국 이를 집행하는 관료제만 비대하게 하고 소수의 배만 불려놓았다. 사회주의 계획경제하에서 가장 큰 궁핍과 기아, 가장 심각한 격차가 벌어졌다.
이렇게 교육을 받고 나와 이후에는 죽어라 수학문제만 풀고, 통계만 돌리는 경제학에 노출되면 그 다음은 뻔하다. 온갖 호도에 경도되기 쉬운 ‘경제 좀 아는’사람이 된다. 아예 안배운 사람만 못하다. 시장에서 맨몸으로 배워 체득한 진리는 거짓말이 쉽게 파고 들어가지 못한다. 이들은 시장경제야 말로 가장 평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을 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위치가 소비자를 얼마나 만족시키는가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역동적 무대, 기회의 장이라는 것을 안다. 이들에게는 부자는 계속 부자가 될 수밖에 없으니 세금이란 이름으로 이를 강탈하자는 피케티식 선동은 먹히지 않는다.
교육의 본질은 진리를 가르치는 것이다. 경제교육이 바로서야 제대로 된 소비자, 기업가, 근로자가 배출된다. 이들이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일꾼들이다. 시장경제는 그 어떤 시스템보다 인간의 본성에 닿아 있는 자연스러운 체제이기에 영속가능하다.
시장경제를 택한 나라는 부강했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경쟁을 회피하지 않고 맞선 사람들은 성공했고 격차를 줄이려는 시도는 차이를 좁히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강자를 탄생시켰다. 이런 진리를 있는 그대로 말하는 교과서라야 진정한 교과서다. 교과서의 ‘균형적 시각’을 내세우면서 결코 동일선상에서 다룰 수 없는 것을 엇비슷하게 다루는 것이 바로 편향이다. 시장경제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경제교육으로는 차세대를 이끌어갈 동량들을 길러낼 수 없다.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