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담화 “최고존엄 건드린 것, 정치적 도발…반드시 후회할 것”
권정근 미국담당 국장 “적대시정책 추구, 묵과 못해…외교는 간판”
정대진 “한미 정상회담 전 군사합의 파기 등으로 대남 압박 가능성”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2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와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로 2개의 담화를 내고 ‘인권’ 지적에 반발하며, ‘최고존엄’을 강조하고, ‘선대선 출발’을 요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압박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완료됐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 북한이 내놓은 반응으로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의제를 최우선 순위로 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외무성 명의 담화에서 북한은 미국 인권단체에서 발표한 공보문을 언급하며 “우리의 국가적인 방역 조치를 인권유린으로 매도하다 못해 최고존엄까지 건드리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이번 도발을 우리 국가주권에 대한 공공연한 침해로 낙인하면서 준렬히 단죄한다”며 “미국이 떠들어대는 인권 문제란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말살하기 위해 꾸며낸 정치적 모략이다”라고 주장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야말로 인권의 불모지, 세계 최악의 방역 실패국”이라며 인종차별과 코로나19로 무려 58만여명 사망, 총기사건으로 한해 4만명 사망, 각종 범죄 발생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미 목숨보다 더 귀중하고 가장 신성한 우리의 최고존엄을 건드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가 누구이든, 크든 작든 가장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는데 대해 명백히 밝혔다”며 “우리에게 있어 인권은 곧 국권이다”라고 주장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부인하고, 인권을 내정간섭의 도구로 제도 전복을 위한 정치적 무기로 악용하면서, 단호한 억제로 우리를 압살하려는 기도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이상 우리는 ‘부득불’ 그에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해나가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며 “미국은 우리 경고를 무시하고 경거망동한데 대해 반드시,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다음 북한은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 담화를 내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국회 연설에 대해 “실언”이라고 지적했다.

권 국장은 “우리를 미국과 세계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말하면서 외교와 단호한 억제를 운운한 것은 예상했던 그대로”라며 “그러나 미국 집권자가 첫 시정연설에서 대조선 입장을 이런 식으로 밝힌데 대해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의 발언에는 미국이 반세기 이상 추구해온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구태의연하게 추구하겠다는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며 “미국이 우리의 자위적 억제력을 ‘위협’으로 매도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며, 우리 자위권에 대한 침해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외교’란 적대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 좋은 간판에 불과하며, ‘억제’는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했다.

권 국장은 “확실히 미국 집권자는 지금 시점에서 대단히 큰 실수를 했다. 미국의 새로운 대조선 정책의 근간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선명해진 이상 우리는 부득불 그에 상응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김민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2일 발신한 북한의 세 개 담화에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낡고 뒤떨어진 정책’ ‘선 적대시정책 철회’ ‘대미 공세 수위 고조 예고’의 북한의 의도가 읽힌다고 평가했다. 

이날 북한은 김여정 당 부부장도 담화를 내고 최근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남한 당국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한 바 있다.

박 교수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수용 불가 의사를 명확히 했다”며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방향성과 초점이 낡고 뒤떨어진 정책으로 규정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에 대폭 양보를 요구한 것”이라며 “싱가포르 선언 존중 수준이 아니라 적대시정책의 선 철회와 연계된 미국의 구체적 행동을 강압했다. 인권 문제 제기 금지,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이 해당한다”고 했다.

아울러 “대미 압박을 위한 공세 수위 고조를 예고했고, 한반도 긴장고조를 통한 대미 압박도 예고했다”면서 “이날 북한의 담화는 지난 3월 시작된 담화 공세와 미사일 도발의 연장선상에서 읽힌다. 대미 압박과 한반도 긴장고조를 통해 최대치 요구를 관철하려는 북한의 전형적인 행태일 수 있다. 당분간 북미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북한이 최고존엄과 체제 인정이라는 최저 기준선과 기본 전제를 내세워 앞으로 미국이나 한국이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발전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남측 당국에 대해선 기대감이 없다는 표시를 김여정 부부장이 거듭 강조했고, 미국에 대해선 체제 인정이라는 기준선을 지키면서 선대선 출발을 하라는 압박을 하되 ‘미국 집권자’에 대한 언급을 담당국장이 함으로써 향후 대응 주체의 수위 조정 여지를 남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 전까지 북한이 이미 언급한 조평통 폐지, 금강산 국제관광기구 해체,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실제 행동에 옮기며 자신들의 단호한 입장을 대남 압박을 통해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 이달 하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의제를 최우선순위로 올리기 위해 노력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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