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인터넷 접속-전송을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망 사용료 대가에 대해 이분법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국정감사 증인 소환과 방송통신위원회 중재, 세 차례에 걸친 변론까지 지나왔으나 넷플릭스은 기존 주장만 되풀이하며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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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로고./사진=각 사 |
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원고 넷플릭스가 피고 SK브로드밴드에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소 3차 변론이 열렸다. 이날 변론 역시 지난 1·2차 때와 마찬가지로 내용 차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 법적 분쟁을 벌이는 것은 망 이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의 판단을 구하기 위함이다.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트래픽을 임의적으로 관리하는 행위를 망 중립성 여부를 판단하는 요소로 봤다. 방통위는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로부터 망 이용료를 수취하는 등의 조치를 특정 트래픽에 대한 임의 개입하는 행위와는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방통위는 통신망을 이용해 이용자·콘텐츠 제공 사업자 등에게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때 각 그룹에 대한 과금 여부나 수준은 사업자의 전략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다시 말해 방통위는 넷플릭스가 △망 중립성 원칙 위반 △이중요금 부당 △네트워크 투자 유인 부족 △SK브로드밴드의 우월적 지위 등을 이유로 국제망 증설·망 이용대가 등을 협상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해석을 내놓은 셈이다. 이처럼 방통위 유권해석이 다소 자사에 불리하게 흘러가자 넷플릭스는 이에 반발해 법률 대리인으로 김앤장을 선임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에서 넷플릭스의 핵심 주장은 캐시서버로 볼 수 있는 오픈커넥트(OCA)를 일본 도쿄에 연결한 것 자체만으로도 인터넷 연결 의무를 다했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는 서비스 이용 시 미국 시애틀 아마존 웹 서비스와 도쿄·홍콩 소재 캐시 서버로 연결된다. 동영상을 시청하면 대용량 스트리밍 데이터는 도쿄·홍콩 서버에서 국내로 전송된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트래픽 전용 국제 구간 전용 회선 용량을 증설하고 있다. 이렇게 하지 않을 경우 일반 가입자들의 인터넷 품질 저하는 불가피해서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 측의 전용 회선 투자와 관리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들은 국내 CP와 망 이용계약을 통해 비용을 내고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자사 전용 캐시 서버 설치를 접속으로 인식해 이 외 네트워크 이용에 대한 대가 지불은 부당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 위반을 강력히 주장해오다 1차 변론 이후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이후 3차 변론에서는 '인터넷 기본 원칙'이라는 단어를 등장시켰다. 이에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내지 않기 위해 망 중립성 원칙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증인 소환된 바 있다. 당시 켄 플로런스 넷플릭스 콘텐츠 전송 부사장은 "전세계 어떤 ISP에게도 망 이용대가(Network usage fee)를 내고 있지 않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플로런스 부사장은 2014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확인서를 통해 "당사는 ISP인 컴캐스트·AT&T·버라이즌·TWC에 착신망 이용대가(Terminating access fee)를 지불하고 있다"고 진술한 적 있다.
이와 관련, 2013년 12월 19일 파리 항소법원(Cour d'appel de Paris)은 "상호 접속 증설에 따른 망 이용 대가를 부과하는 것은 불공정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경우 상대방이 상호 접속 용량을 제한하더라도 적법하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렸다.
한편 넷플릭스는 재판에서 갑자기 접속과 전송을 작위적으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SK브로드밴드는 망 이용대가인 접속료를 요구할 뿐 전송료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SK브로드밴드와는 '접속' 아닌 '연결'만 했기 때문에 접속료를 지급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의 망 근처에 데이터 서버가 존재하면 접속을 하지 않아도 데이터가 전송될 수 있다며 납득할 수 없는 궤변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든 국내 ISP 전용 회선·설비를 이용하려면 관련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거래의 기본이라는 지적이다.
1심 변론은 3차까지 끝난 만큼 다음달 25일로 정해진 재판부 최종 판단만 남은 상태다. 채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자 하는 게 이번 소송의 취지이기 때문에 넷플릭스 측이 패소할 경우 망 사용료 지급 반소 또는 적정 이용료 관련 논의로 확대될 전망이다.
해외 통신사에는 캐시 서버 연결 대가를 지급하면서도 국내로 통하는 SK브로드밴드 전용 회선 비용은 낼 수 없다는 넷플릭스, 법원 판단의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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