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포퓰리즘 정책에 금융산업 발전 저해"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이번 정부에서 금융사는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다."

최근 만난 시중은행의 고위관계자는 '금융사가 처한 고충'에 대해 하소연하며 이처럼 말했다. 정부 여당을 중심으로 시장경제 원칙에 반하는 '금융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정책들이 노골적으로 거론되면서 금융권이 멍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 사진=미디어펜


실제 금융권 안팎에선 "정부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서 금융사를 적폐로 몰아붙이는 이분법적 사고에 기반한 금융정책들을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면서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좀먹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정치권이 금융정책들을 하도 이것저것 건들여서 속수무책이다"며 "포퓰리즘에 기댄 정치금융이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게 지난 2월 발의된 '은행빚 탕감법'으로 불리는 은행법 개정안이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재난시 정부 방역 조치로 소득이 급감한 지영업자 등에게 대출원금 감면, 상환기간 연장, 이자상환 유예 등을 신청할 수 있다. 위반한 은행에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현재 국회 차원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은행빚 탕감법은 발의 단계부터 금융권 안팎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출원금 감면 의무화'는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성 금융정책이라는 지적이다. 학계에서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정치금융이 도를 넘어서 왔다"며 "경제원칙을 무시한 선거 공학적 정책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들"이라고 경고했다.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도 해당 개정안과 관련,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취지에는 공감하나,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데다 은행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등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이 '금융사 팔비틀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융사의 이익공유제 참여 독려(?)' '법정 최고금리 인하' '금융사 배당성향 축소' 등이 대표적이다.

여당 정책을 총괄하는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지난 1월 KBS라디오에서 이익공유제 실행 방안에 대해 "코로나 상황에서도 가장 큰 이익을 보고 있는 업종은 금융업이다. (중략) 금리를 낮추거나 불가피한 경우 은행이자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법정 최고이자율을 연 24%에서 20%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시행령을 개정한 것과 관련해 "그동안 신용이 높은 사람은 낮은 이율을 적용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 높은 이율을 적용받는 '구조적 모순'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금리를 낮춘 부분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도 했다.

이에 금융사에선 정부와 집권 여당이 금융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라는 평가다. 한 금융권의 임원은 "이 같은 금융정책들을 양산하는 저변엔 금융사를 적폐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여기다 표를 의식한 정치금융이 금융산업을 더욱 어렵게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