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1990년대 열풍이 뜨겁습니다. 그 시기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의 소비 문화까지 뒤흔들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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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이재훈과 가수 수지가 주연한 영화 <건축학개론> 스틸컷 |
A. “지금은 비록 세상의 눈치를 보는 가련한 월급쟁이지만, 이래 봬도 우린 대한민국 신인류 X세대였고, 폭풍 잔소리를 쏟아내는 아줌마가 되었지만, 한때 오빠들의 목숨 걸었던 피 끓는 청춘이었으며,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모두를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였다. 70년대 음악에, 80년대 영화에, 촌스럽다는 비웃음을 던졌던 나를 반성한다. 그 음악들이 영화들이, 그저 음악과 영화가 아닌 당신들의 청춘이었고, 시절이었음을. 이제 더 이상 어리지 않은 나이가 돼서야 깨닫는다. …그리고 90년대를 지나 쉽지 않은 시절들을 버텨 오늘까지 잘 살아 남은 우리 모두에게 이 말을 바친다. 우리 참 멋진 시절을 살아냈음을… 빛나는 청춘에 반짝였음을 … 미련한 사랑에 뜨거웠음을 기억하느냐고 … 그렇게 우리 왕년에 잘 나갔었노라고 … 뜨겁고 순수했던 그래서 시리도록 그리운 그 시절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
지난 2013년 가을과 겨울에 걸쳐 방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마지막회의 나래이션입니다. 1990년대를 소재로 삼은 대표적인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평균시청률 11.9%, 최고시청률 14.3%를 보이며 지상파를 제외한 케이블TV 역대 드라마 가운데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2012년에 개봉해 누적 관객수 400만명을 돌파한 영화 <건축학개론>의 소재도 1990년대였고, tvN의 지난해 <꽃보다 청춘>에 출연한 유희열과 윤상, 이적의 공통점도 1990년대에 데뷔한 가수들이라는 점이죠. 이처럼 최근 국내 대중문화를 관통하는 것은 바로 1990년대입니다.
1990년대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이들은 그 이전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살았습니다. 부모 세대가 일군 경제력 등을 기반으로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갖고 싶은 것을 갖는데 어렵지 않았습니다. 또 유년기 시절과 대학생 시절의 해외여행과 어학 연수 등의 경험으로 국제 감각과 외국어 능력도 갖췄습니다.
특히 문화 콘텐츠에 대한 소비를 어렸을 때부터 했기 때문에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죠. 때문에 문화 콘텐츠 소비에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은 세대를 문화 콘텐츠 기획의 주역들이 놓을 리가 만무하겠죠. 문화 소비의 주역이 된 이들 1990년대 세대는 문화 콘텐츠의 핵심 소비자가 됐고, 10대와 20대 시절을 추억하는 데 돈 쓰기를 망설이지 않습니다.
향후에는 1990년대를 추억하는 열풍에서 나아가 2000년대 초반을 추억의 소재로 삼는 문화 콘텐츠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돈은 추억을 사고자 하는 소비력 있는 세대를 따라다닐 것입니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추억이라는 아이템은 끊임없이 상품화 되고, 사람들은 이에 지갑을 여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글은 <2015-2017 앞으로 3년 세계 트렌드>(한스미디어)의 내용 일부를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